[취재수첩] 어느 국회의원의 수상한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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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법무부 장관, 신용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범인을 잡아서 공식적으로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린다.” “금융감독원장, 사고 터지고 나서 KB국민카드 현장 방문하셨는데 잘했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었다. 감독원 일이 너무 많고 고생하고 있다.”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로 온 나라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이런 말을 했을까. 친척이나 지인들이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 아니다. 새누리당 소속 성완종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 이야기다. 지난주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기관 보고’라는 공식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사고 경위를 묻고 책임을 따지기보다 칭찬 일색으로 정부 당국자를 위로하는 형국이다. 국정조사에서는 으레 여당 의원이 야당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추궁 강도가 덜하다. 하지만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벗어났다.
성 의원의 정부 부처와 금융당국 감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동양사태 관련 국회 정무위에서도 성 의원은 최수현 금감원장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칭찬이 길어지면서 최 원장에게 주어진 질의시간까지 다 썼을 정도였다.
반복되는 이 같은 발언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 시공능력 국내 21위의 건설사인 경남기업 회장으로 일했다. 회장 타이틀은 내놨지만 지금도 대주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경남기업은 지난해 3333억원의 순손실을 보며 적자전환했다. 사정이 좋지 않다. 뭔가 지원을 바라고 하는 ‘립서비스’ 아니냐는 의혹도 그래서 나온다.
실제 금융권 고위 인사로부터 작년 국감장에서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은행장들에게 지원을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경남기업은 엊그제 채권단에서 5300억원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기업인이 국회의원을 하고 의정활동을 하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보다 자신의 이익에 더 관심이 있다는 의혹을 들게 해서는 곤란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라는 엄중함을 잊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로 온 나라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이런 말을 했을까. 친척이나 지인들이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 아니다. 새누리당 소속 성완종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 이야기다. 지난주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기관 보고’라는 공식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사고 경위를 묻고 책임을 따지기보다 칭찬 일색으로 정부 당국자를 위로하는 형국이다. 국정조사에서는 으레 여당 의원이 야당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추궁 강도가 덜하다. 하지만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벗어났다.
성 의원의 정부 부처와 금융당국 감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동양사태 관련 국회 정무위에서도 성 의원은 최수현 금감원장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칭찬이 길어지면서 최 원장에게 주어진 질의시간까지 다 썼을 정도였다.
반복되는 이 같은 발언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 시공능력 국내 21위의 건설사인 경남기업 회장으로 일했다. 회장 타이틀은 내놨지만 지금도 대주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경남기업은 지난해 3333억원의 순손실을 보며 적자전환했다. 사정이 좋지 않다. 뭔가 지원을 바라고 하는 ‘립서비스’ 아니냐는 의혹도 그래서 나온다.
실제 금융권 고위 인사로부터 작년 국감장에서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은행장들에게 지원을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경남기업은 엊그제 채권단에서 5300억원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기업인이 국회의원을 하고 의정활동을 하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보다 자신의 이익에 더 관심이 있다는 의혹을 들게 해서는 곤란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라는 엄중함을 잊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