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가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미국산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 도입을 추진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미국에서 값싼 콘덴세이트를 들여올 계획이다. SK인천석유화학이 인천에 짓고 있는 파라자일렌(PX) 공장에 콘덴세이트를 공급,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콘덴세이트는 가스전에서 가스와 함께 나오는 액화상태의 원유로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가 되는 나프타의 원료로 사용된다.

SK는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혼합자일렌(MX)과 경질 나프타를 생산할 예정이다. MX는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의 원료로 쓰이는 PX의 기초 원료다.

SK는 PX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원료인 콘덴세이트를 가급적 싸게 들여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미국, 남미 등 여러 지역에서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1조6000억원을 들여 건설중인 SK인천석유화학의 PX공장은 오는 4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130만t의 PX를 생산하게 된다.

SK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셰일가스(암석층에 있는 천연가스) 등 비전통적인 자원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미국 내 원유 가격이 국제유가에 비해 10~20달러가량 낮아졌다”며 “콘덴세이트 역시 중동산보다 가격이 낮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인천 공장에서 콘덴세이트를 분해해 생산한 나프타를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에도 팔 계획이다. 정제마진 악화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중인 SK는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는 그동안 대부분의 콘덴세이트를 중동에서 구입했다.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는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되는 원유, 천연가스 등의 수출을 엄격히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으로 천연가스를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에너지 정책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조만간 미국 업체들이 콘덴세이트를 수출할 것으로 보고 수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