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중 1명.’

중동 여성 2명 중 1명 비만…5명 중 1명은 당뇨병 앓아
사우디아라비아의 비만인구 비율이다. 대표적 선진국병인 비만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만 연안 국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아동 비만, 당뇨병 등이 중동 지역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비만율 지도에서 1위는 여전히 미국이 차지하고 있지만 중동 지역 국가는 10위권 안에 세 곳이나 포함됐다.

아동과 여성의 비만 증가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중동 지역 미취학 아동 비만율은 6%, 취학 아동 비만율은 9.3%에 이른다. 미국 아동 평균(18%)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미국은 비만방지 캠페인 등으로 비만율이 하락세인 반면 중동 국가는 가파른 상승세다. 여성 비만율도 높다. 쿠웨이트(48%), 사우디아라비아(44%), 카타르(45%)는 모두 여성 2명 중 1명이 비만이다. 비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당뇨병 발병률은 점점 높아져 현재 인구 5명 중 1명꼴로 당뇨병을 앓고 있다. 질병관리센터(CDC) 관계자는 “2015년에는 중동 지역 당뇨병 환자가 지금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해 당뇨병 치료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연 24억달러, 중동 전체는 국내총생산(GDP)의 2%를 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지역 비만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잘못된 식습관, 특유의 자녀양육 문화, 환경 조건 등 다양하다. 사막이 많고 날씨가 더운 탓에 사람들은 야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공립학교의 체육시간도 주 1회에 불과하다. 해가 진 뒤 기온이 떨어지면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곧장 잠자리에 든다. 중동의 ‘오일 부자’가 급증한 이유도 있다. 부유층이 증가하면서 1명 이상의 보모, 요리사 등을 두는 가구가 많아졌다. 요즘 중동 부모들은 자녀가 어떤 것을 먹는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지 못한다는 게 WSJ의 해석이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도 비만율을 높였다. 대형 쇼핑몰이 많아지면서 야외활동은 더 감소했고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서양식 패스트푸드 체인은 급격히 늘었다. 맥도날드는 햄버거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소수 지역에서만 하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사우디아라비아다.

비만인구가 증가하면서 위절제술 등 비만 수술도 유행하고 있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위 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1만1000명에 달한다. WSJ는 위 절제술을 받은 환자 중 3~14세의 소아비만 환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뇌 발달장애, 성기능 장애 등 후유증을 이유로 14세 미만 어린이에게 이 수술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해지자 중동 국가들은 ‘비만 퇴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살을 뺀 만큼 금으로 보상해주는 비만 방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최소 2㎏ 감량 시부터 ㎏당 1g의 금을 주는 것으로, 받을 수 있는 금의 양에는 제한이 없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