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만 40t, 무섭다고요?…우리도 다이어트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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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Joy
알쏭달쏭한 트럭의 세계
승용차처럼 공인연비 없어 L당 4㎞만 돼도 우승 등급
가격 2억…중량·대수 제한…1000만원짜리 침실도 보유
알쏭달쏭한 트럭의 세계
승용차처럼 공인연비 없어 L당 4㎞만 돼도 우승 등급
가격 2억…중량·대수 제한…1000만원짜리 침실도 보유
안녕하세요. 우리는 대형 트럭 3형제입니다. 이름은 각각 덤프, 카고, 트랙터예요. 덤프 외엔 이름이 조금 생소할 수 있을 텐데 실물 사진을 보면 “아 그거”하실 겁니다. 한 번쯤은 우리를 보셨을 거예요. 한동안 우리 3형제가 힘들었는데 요즘 괜찮아지기 시작했어요.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죠. 그래선지 요즘 승용차처럼 물 건너 수입되는 친구들이 부쩍 많아졌어요. 한국 시장이 괜찮은지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건너와요.
그런데 여전히 승용차 운전자들은 우리를 싫어하거나 아래로 보죠. 육중한 덩치 때문에 시야가 가린다고 우리 뒤에 붙는 걸 꺼리고, 흙이 튈까봐 옆에 오려고 하지도 않죠. 대부분 우리에 대해 잘못 알고 있어 그럴 거예요. 알고 보면 우리도 괜찮은 녀석들이랍니다. 질의응답을 통해 트럭 3형제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릴게요.
▷대형 트럭의 범위는 어떻게 되나요.
“사전적 정의는 없어요. 자동차관리법에선 대형 트럭을 5t 초과 트럭으로 규정하고 있죠. 하지만 우리들 세계에선 15t 아래는 대형으로 쳐주지도 않아요. 어깨에 힘 좀 주려면 25t은 돼야 해요. 그리고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물 건너 온 애들이 많아요.”
▷굉장히 무거울 것 같은데요.
“아무리 무거워도 무제한급은 아니에요. 국가마다 화물 트럭 중량 제한이 있죠. 다리나 도로가 망가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죠. 한국에선 40t이 원칙적인 상한선인데요. 10%까지 봐줘서 실제론 44t까지 괜찮아요. 보통 짐을 25t씩 싣고 가니 차체 무게는 19t을 넘어가면 안되죠. 그리고 서울의 영동대교나 성산대교처럼 상대적으로 허약한 다리(2등교)를 지나려면 무게를 32t으로 줄여야 해요. 그래서 차량을 만들 때부터 다이어트가 중요해요. 괜찮은 애들일수록 차체가 가볍죠.”
▷연비는 좋나요.
“승용차처럼 공인연비를 반드시 기입할 의무는 없어요. 화물 종류와 중량이 천차만별이어서 공인연비라는 개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특히 덤프트럭은 건설기계로 분류돼 공인연비 자체가 없죠. 그래서 운전자들끼리 알음알음으로 실제 연비 정보를 공유해요. 보통 L당 4㎞ 이상 가면 ‘운동신경이 좋다’는 얘길 듣죠.”
▷기름값이 무척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우리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보통 장거리를 많이 뛰죠. 격일로 일하는 운전자가 한 달에 서울~부산을 15회 왕복하면 기름값만 500만원가량 들어요. 연비를 10%만 개선해도 1년에 600만원이나 아낄 수 있으니 연비가 중요하겠죠.”
▷차량 가격은 3형제 중 누가 가장 비싼가요.
“천차만별이에요. 보통은 덤프트럭이 가장 비싸지만 실제로 꼭 그렇진 않아요. 덤프는 트럭만 사면 되지만 카고나 트랙터는 뒤에 붙일 적재함이나 트레일러를 추가로 사야 하니 더 비쌀 수도 있죠. 물 건너 온 애들 가격은 평균 2억원이에요. 그래서 대부분 36개월 할부로 사죠. 매달 이자를 합쳐 300만원 정도 내야 합니다. 화물 운전자들은 서울~부산을 한 번 다녀오면 보통 100만원을 버니 월 300만원 정도는 감수할 수 있죠. 승용차처럼 3년 정도 타고 팔면 차값의 반값 정도인 1억원을 받을 수 있어요.”
▷국내 트럭 시장은 얼마나 큰가요.
“전체 트럭 시장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토종 한국산은 한국자동차협회에서 집계하지만 외국산 자료는 따로 모으는 곳이 없기 때문이죠. 다만 업계에서는 신차와 중고차를 포함해 1년에 거래되는 15t 초과 트럭 수를 1만2000대가량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트럭도 ‘산아제한’을 받는다는데 무슨 말이죠.
“한국은 외국과 다른 게 우리 트럭 3형제를 대부분 일반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죠. 반면 외국은 주로 법인이 주인이에요.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트럭이 갑자기 늘어나면 공급 과잉이 발생해 우리 주인들인 개인 사업자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지겠죠. 그래서 국토교통부에선 전체 영업용 트럭 수를 40여만대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어요. 총량을 제한했으니 새로 대형 트럭을 사려면 기존 트럭을 폐차하든지 비영업용으로 전환하든지 해야겠죠.”
▷기어와 엔진은 뭘 쓰나요.
“대부분 수동기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승용차처럼 대형트럭에도 자동기어가 많이 쓰여요. 특히 외국산은 거의 자동기어예요. 같은 사양의 자동기어 트럭이 수동기어 차량보다 400만원 이상 더 비싸죠. 우리는 힘이 좋아야 하니 엔진은 100% 디젤엔진을 쓰죠.”
▷침실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운전석 뒤에 침실이 있는 게 있고 아예 없는 것도 있어요. 물론 가격 차이가 나죠. 침실이 있는 차량이 없는 차량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요.”
▷트럭 브랜드별로 특징이 있나요.
“토종인 현대자동차는 10t 이하 중소형 트럭 부문에서 강해요. 25t 덤프트럭에선 볼보가 강세고요. 벤츠는 트랙터 점유율이 높죠. 이번에 미국 최대 트럭업체인 나비스타도 국내 트랙터 시장에 진출해 좋은 볼거리가 생겼어요.”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그런데 여전히 승용차 운전자들은 우리를 싫어하거나 아래로 보죠. 육중한 덩치 때문에 시야가 가린다고 우리 뒤에 붙는 걸 꺼리고, 흙이 튈까봐 옆에 오려고 하지도 않죠. 대부분 우리에 대해 잘못 알고 있어 그럴 거예요. 알고 보면 우리도 괜찮은 녀석들이랍니다. 질의응답을 통해 트럭 3형제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릴게요.
▷대형 트럭의 범위는 어떻게 되나요.
“사전적 정의는 없어요. 자동차관리법에선 대형 트럭을 5t 초과 트럭으로 규정하고 있죠. 하지만 우리들 세계에선 15t 아래는 대형으로 쳐주지도 않아요. 어깨에 힘 좀 주려면 25t은 돼야 해요. 그리고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물 건너 온 애들이 많아요.”
▷굉장히 무거울 것 같은데요.
“아무리 무거워도 무제한급은 아니에요. 국가마다 화물 트럭 중량 제한이 있죠. 다리나 도로가 망가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죠. 한국에선 40t이 원칙적인 상한선인데요. 10%까지 봐줘서 실제론 44t까지 괜찮아요. 보통 짐을 25t씩 싣고 가니 차체 무게는 19t을 넘어가면 안되죠. 그리고 서울의 영동대교나 성산대교처럼 상대적으로 허약한 다리(2등교)를 지나려면 무게를 32t으로 줄여야 해요. 그래서 차량을 만들 때부터 다이어트가 중요해요. 괜찮은 애들일수록 차체가 가볍죠.”
▷연비는 좋나요.
“승용차처럼 공인연비를 반드시 기입할 의무는 없어요. 화물 종류와 중량이 천차만별이어서 공인연비라는 개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특히 덤프트럭은 건설기계로 분류돼 공인연비 자체가 없죠. 그래서 운전자들끼리 알음알음으로 실제 연비 정보를 공유해요. 보통 L당 4㎞ 이상 가면 ‘운동신경이 좋다’는 얘길 듣죠.”
▷기름값이 무척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우리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보통 장거리를 많이 뛰죠. 격일로 일하는 운전자가 한 달에 서울~부산을 15회 왕복하면 기름값만 500만원가량 들어요. 연비를 10%만 개선해도 1년에 600만원이나 아낄 수 있으니 연비가 중요하겠죠.”
▷차량 가격은 3형제 중 누가 가장 비싼가요.
“천차만별이에요. 보통은 덤프트럭이 가장 비싸지만 실제로 꼭 그렇진 않아요. 덤프는 트럭만 사면 되지만 카고나 트랙터는 뒤에 붙일 적재함이나 트레일러를 추가로 사야 하니 더 비쌀 수도 있죠. 물 건너 온 애들 가격은 평균 2억원이에요. 그래서 대부분 36개월 할부로 사죠. 매달 이자를 합쳐 300만원 정도 내야 합니다. 화물 운전자들은 서울~부산을 한 번 다녀오면 보통 100만원을 버니 월 300만원 정도는 감수할 수 있죠. 승용차처럼 3년 정도 타고 팔면 차값의 반값 정도인 1억원을 받을 수 있어요.”
▷국내 트럭 시장은 얼마나 큰가요.
“전체 트럭 시장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토종 한국산은 한국자동차협회에서 집계하지만 외국산 자료는 따로 모으는 곳이 없기 때문이죠. 다만 업계에서는 신차와 중고차를 포함해 1년에 거래되는 15t 초과 트럭 수를 1만2000대가량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트럭도 ‘산아제한’을 받는다는데 무슨 말이죠.
“한국은 외국과 다른 게 우리 트럭 3형제를 대부분 일반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죠. 반면 외국은 주로 법인이 주인이에요.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트럭이 갑자기 늘어나면 공급 과잉이 발생해 우리 주인들인 개인 사업자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지겠죠. 그래서 국토교통부에선 전체 영업용 트럭 수를 40여만대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어요. 총량을 제한했으니 새로 대형 트럭을 사려면 기존 트럭을 폐차하든지 비영업용으로 전환하든지 해야겠죠.”
▷기어와 엔진은 뭘 쓰나요.
“대부분 수동기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승용차처럼 대형트럭에도 자동기어가 많이 쓰여요. 특히 외국산은 거의 자동기어예요. 같은 사양의 자동기어 트럭이 수동기어 차량보다 400만원 이상 더 비싸죠. 우리는 힘이 좋아야 하니 엔진은 100% 디젤엔진을 쓰죠.”
▷침실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운전석 뒤에 침실이 있는 게 있고 아예 없는 것도 있어요. 물론 가격 차이가 나죠. 침실이 있는 차량이 없는 차량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요.”
▷트럭 브랜드별로 특징이 있나요.
“토종인 현대자동차는 10t 이하 중소형 트럭 부문에서 강해요. 25t 덤프트럭에선 볼보가 강세고요. 벤츠는 트랙터 점유율이 높죠. 이번에 미국 최대 트럭업체인 나비스타도 국내 트랙터 시장에 진출해 좋은 볼거리가 생겼어요.”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