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교육부가 올해 수능 영어를 쉽게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출제 범위를 좁히고 난이도 높은 문항 숫자도 줄이기로 했다.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사교육비 부담이 더 큰 수학은 별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않아 '부실대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13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이 같은 수능 영어 개선안을 제시했다.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빈칸추론 채우기 문항은 7개에서 4개로 줄이고, 출제 범위도 '영어I' '영어II' 과목에 국한한다. '독해와 작문' '심화영어회화' 과목은 출제 범위에서 제외된다. 독해 문항 지문 길이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선행학습 유발요인을 최소화하고 영어 학습부담을 줄여 사교육·입시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 추상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어느 정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점이 눈에 띈다.
교육부 2014년 업무보고('사교육·입시부담 완화' 발췌) 인포그래픽. / 교육부 제공
교육부 2014년 업무보고('사교육·입시부담 완화' 발췌) 인포그래픽. / 교육부 제공
하지만 함께 대책이 마련됐어야 할 수학은 개선책이 전무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금도 입시시장에선 '영어보다는 수학 성적이 입시 성공의 관건'이란 얘기가 정설처럼 나돌고 있는 상황. 더구나 '수포자(수학포기자)'가 양산되는 현실에서 정작 수학 관련 대책이 빠진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수학의 사교육비 부담은 영어보다 더 큰 것으로 집계돼 왔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수능 영어가 쉽게 출제된다 해도, 변별력이 낮아진 영어를 제외한 다른 영역의 실질적 비중이 커지는 '풍선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결국 수학이나 국어가 대입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전략연구소장도 "수능이 상대평가 방식인 이상 사교육 경감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수학을 포함한 종합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수학 사교육 시장만 키우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수학은 제쳐두고 영어부터 개선안을 마련한 이유로는 시험방식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영어는 당장 올 수능부터 수준별 선택형(A·B형) 시험이 폐지된다. 선택형 수능 도입 1년 만에 곧바로 원상복귀 하는 만큼 수험생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 '쉬운 수능' 기조를 택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수학 분야가 전적으로 교육부 소관이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와의 협업을 거쳐야 하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수학교육 개선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선행학습이나 사교육 의존율은 영어뿐 아니라 수학도 높다"면서도 "수능 관련방안은 우선 영어만 검토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승일 차관은 "교육부와 미래부가 협력해 수학교육 개선방안을 마련 중으로, 관계 부처가 구체적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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