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석 인수위원이 어제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밝혔고, 대통령 당선인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2013년 1월13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최대석 미스터리’로 불리는 의혹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멤버가 중도에 사퇴하는 일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더구나 최 전 위원은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였다. 당장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쳤지만 인수위 반응은 의외였다. 윤 대변인은 “일신상의 이유로 이해해달라”는 말만 반복했고, 다른 인수위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각종 설(說)이 제기됐지만, 끝내 최 전 위원이 사퇴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13개월 후인 12일 박근혜 정부에는 또 다른 ‘미스터리’가 생겼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던 천해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갑작스럽게 교체된 것이다. 천 전 실장은 지난 3일 내정됐고, 9일까지는 며칠간 청와대로 출근했지만 10일부터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내정된 지 1주일 만에 경질된 셈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통일부 필수요원이다 보니 통일부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돌려보낸 것”이라며 “통일부 장관이 (천 전 실장을 돌려달라고) 강력히 요청해서 돌려드릴 수밖에 없었다”고했다. 민 대변인 설명대로라면 청와대는 통일부와 사전 조율도 없이 천 전 실장을 안보전략비서관으로 내정했고, 통일부에서 반대하자 뒤늦게 천 전 실장의 내정을 철회한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최 전 위원이 사퇴할 때처럼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비둘기파’인 천 전 실장이 ‘매파’ 성향이 강한 기존 청와대 국가안보실 멤버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돌이켜보면 ‘최대석 미스터리’ 때문에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군 출신 대북 강경파에 휘둘린다는 오해를 받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시간이 지난 뒤 현 정부 인사들은 “‘천해성 미스터리’ 때문에…”라고 또 다른 후회를 하지 않을까.

도병욱 정치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