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으로 활동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멤버가 중도에 사퇴하는 일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더구나 최 전 위원은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였다. 당장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쳤지만 인수위 반응은 의외였다. 윤 대변인은 “일신상의 이유로 이해해달라”는 말만 반복했고, 다른 인수위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각종 설(說)이 제기됐지만, 끝내 최 전 위원이 사퇴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13개월 후인 12일 박근혜 정부에는 또 다른 ‘미스터리’가 생겼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던 천해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갑작스럽게 교체된 것이다. 천 전 실장은 지난 3일 내정됐고, 9일까지는 며칠간 청와대로 출근했지만 10일부터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내정된 지 1주일 만에 경질된 셈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통일부 필수요원이다 보니 통일부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돌려보낸 것”이라며 “통일부 장관이 (천 전 실장을 돌려달라고) 강력히 요청해서 돌려드릴 수밖에 없었다”고했다. 민 대변인 설명대로라면 청와대는 통일부와 사전 조율도 없이 천 전 실장을 안보전략비서관으로 내정했고, 통일부에서 반대하자 뒤늦게 천 전 실장의 내정을 철회한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최 전 위원이 사퇴할 때처럼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비둘기파’인 천 전 실장이 ‘매파’ 성향이 강한 기존 청와대 국가안보실 멤버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돌이켜보면 ‘최대석 미스터리’ 때문에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군 출신 대북 강경파에 휘둘린다는 오해를 받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시간이 지난 뒤 현 정부 인사들은 “‘천해성 미스터리’ 때문에…”라고 또 다른 후회를 하지 않을까.
도병욱 정치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