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기업이나 금융회사가 매년 이맘때 확정했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상반기 채용을 포기·축소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한 정유업체는 작년 상반기 30여명을 뽑았으나 올해는 매출 부진으로 상반기 채용계획을 취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560여명을 포함해 한 해 1600명을 채용했던 CJ의 관계자는 “올해는 300명을 줄인 1300명을 뽑을 예정이어서 상반기 채용 규모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가 바뀐 포스코는 올 상반기에 인턴사원만 뽑을 것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는 2012년까지는 하반기는 물론 상반기에도 대졸사원을 신규 채용했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금융권의 경우 기업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200여명을 채용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한 명도 뽑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38%나 줄어든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도 올 상반기 작년보다 채용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카드 사태로 홍역을 치른 농협도 신규 채용을 비롯한 인사 일정이 올스톱된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이맘때 신규 채용 및 대학 채용설명회 일정까지 세웠지만 올해는 아직도 상반기 채용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졸채용 수립이 작년보다 다소 늦었다”며 “조만간 채용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부터 새로운 공채 제도를 시도하려 했던 삼성도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 삼성은 일단 올 상반기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일정만 4월13일로 잡았으나 추가 채용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2월 하순께 구체적인 채용 스케줄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