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이 12일 오전 11시 훈련소 밖에서 가족을 만나기 위해 훈련소 정문을 나오고 있다. 논산시 제공
논산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이 12일 오전 11시 훈련소 밖에서 가족을 만나기 위해 훈련소 정문을 나오고 있다. 논산시 제공
12일 오전 11시 충남 논산시 연무읍 논산훈련소 정문 앞. 올해 7주차 5주 훈련을 마친 1800여명의 훈련병이 쏟아져 나왔다. 훈련은 고됐지만 가족과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으로 가득했다. 서진영 훈련병(21)은 “부모님, 여자친구와 함께 민박촌에서 4시간 정도 같이 있을 것”이라며 “엄마가 만든 잡채가 가장 먹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논산육군훈련소가 2012년 1월부터 훈련소 밖에서 가족과 만날 수 있는 영외면회를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다. 논산시는 영외면회로 지난 2년간 200만명이 다녀갔고 경제효과도 400억원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영외면회로 지역경제 ‘활짝’

박노수 연무대민박촌 촌장(59)은 “훈련병들이 면회 나오는 매주 수요일이 가장 바쁘다”고 말했다. 연무대민박촌은 연무읍 금곡3리의 또 다른 마을이름이다. 방문객들은 2012년 영외면회 초기만 해도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이에 훈련소에서 400m 정도 떨어진 금곡3리 주민들은 지난해 3월 민박촌을 만들었다. 35농가가 하루 10만원을 받고 훈련병 가족에게 집과 직접 농사지은 쌀로 만든 점심을 제공한다. 훈련병들은 여기서 집에서 해온 음식을 먹고 목욕도 한다. 박 촌장은 “겨울철이 성수기”라며 “매주 수요일은 부수입 올리는 날”이라고 했다. 민박촌의 1년 매출은 가구당 500만원꼴로 총 1억8000만원에 달한다.

민박촌이 활성화되자 인근 개별 농가 200여곳도 이 같은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모텔과 펜션 등 숙박시설 10여곳도 신축이 한창이다. 논산시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숙박시설이 2년 새 18곳 늘어 24곳이 성업 중이다. 논산시내 음식점도 2011년 말 312개에서 지난 1월 375개로 63개가 새로 생겼다. 황명선 논산시장은 “면회객들이 평균 15만원씩 2년 동안 400억원 가까이 쓰고 갔다”며 “영외면회가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숙박형 관광 프로그램 필요

훈련병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훈련소 밖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훈련병이 부대에 복귀할 수 있는 위수거리는 승용차로 30분 거리다. 이렇다 보니 훈련병 중 상당수는 논산보다 규모가 큰 인근 전북 익산시로 간다. 이에 논산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위수거리를 지역으로 묶어달라고 훈련소 측에 요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광 연계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연간 100만명 넘게 다녀가지만 이들을 숙박형 관광객으로 체류시킬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또 지나친 호객행위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근 A식당 직원은 “식당 수십곳이 밀집해 있어 호객행위를 하지 않고는 먹고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충남도와 논산시는 방문객 편의를 위해 KTX 논산역(호남선)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난달 정부에 건의했다. 시 관계자는 “상인들의 호객행위 자제를 지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앞으로 탑정호 저수지와 기호유교문화 시설 등을 연계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논산=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