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사상 첫 '매출 뒷걸음'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대형마트의 지난해 매출이 1조원 넘게 감소했다. 소비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 달에 두 번씩 문을 닫도록 한 영업규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대형마트 매출이 감소한 것은 대형마트라는 업태가 국내에 등장한 1993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의무휴업이 직격탄

이마트는 지난해 국내 매출이 전년보다 3.5% 감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마트 매출이 줄어든 것은 1993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마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매출이 4.5% 늘었고 2010년(9.6%)과 2011년(9.5%)에는 10% 가까운 고성장을 했다. 그러나 2012년 매출 증가율이 2.9%로 낮아졌고 지난해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국내 매출이 6조4600억원으로 전년보다 0.1% 감소했다. 199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8% 줄었다. 이들 3사의 지난해 매출 감소액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의무휴업이 대형마트 업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3대 대형마트의 모든 점포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문을 닫는다. 이 규제가 처음 시행된 2012년에는 아직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모든 점포가 월 2회 휴업을 실시, 매출 감소폭이 커졌다. 대형마트가 월 2회 문을 닫으면 매출이 단순 계산상 6.7% 감소한다.

◆대형마트, 눈물의 재고 방출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은 전통시장보다는 온라인몰과 편의점이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미래정책연구소는 지난해 온라인쇼핑몰 매출이 38조원으로 전년보다 3조9000억원(11.4%)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연구소는 편의점 매출도 1조원(9.3%)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중소기업청이 집계한 전통시장 매출은 2011년 21조원에서 2012년 20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악영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시행된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가 월 2회 문을 닫되 일요일을 비롯한 공휴일을 휴업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매출은 평일의 1.5배가 넘는다. 이마트 148개 점포 중 휴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한 점포는 104개로 지난해 4월보다 26개 늘었다.

최근 대형마트가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벌이는 것도 재고를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 롯데마트는 12일부터 26일까지 재고 상품 400억원어치를 할인가에 판매한다. 차재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규제의 악영향이 지속돼 상반기에는 업황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