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한국형 헤지펀드가 연초부터 플러스 수익률로 질주하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 매도 공세로 코스피지수가 5% 넘게 고꾸라졌지만 삼성, 대신, 우리자산운용 등이 굴리는 10개 헤지펀드는 적절한 롱(매수)·쇼트(매도) 전략으로 2%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증시가 변동성 높은 박스권을 지속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했다.

○23개 중 19개 플러스 수익률

쫓는 자의 여유? 대신, 헤지펀드 돌풍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신흥국 리스크와 G2(미국,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국내 기업의 작년 4분기 실적 부진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5.14% 빠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23개 한국형 헤지펀드는 1.08%의 평균 수익률을 냈다.

이 가운데 10개 펀드는 2% 넘는 수익률을 기록해 시장수익률을 7%포인트가량 웃돌았다. 신흥국 리스크가 갑작스러운 변수였지만 헤지펀드는 작년 4분기 기업실적이 저조했을 것으로 보고 선별적인 쇼트 전략을 썼기 때문에 수익률 하락을 방어할 수 있었다는 게 매니저들의 설명이다.

‘우리뉴호라이즌1’은 2.88%의 수익률로 올 들어 성과가 가장 좋았다. ‘삼성H클럽에쿼티헤지1’도 2.59%의 수익률로 지난해에 이어 견조한 성과를 이어갔다. 삼성운용은 5개 헤지펀드 중 채권 위주로 운용하는 ‘삼성H클럽토탈리턴1’(0.88%)을 제외하고는 모두 2% 넘는 수익을 냈다. 한상수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장은 “올해 헤지펀드 운용 3년째를 맞아 시황에 관계없이 성과가 견조해지고 있다”며 “연초 환율 변동을 예상해 엔화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수혜주를 매수하고, 4분기 실적이 기대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던 내수주와 중국 경기 둔화 관련주를 매도하는 전략으로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 대신운용의 돌풍

작년 하반기 진입한 대신자산운용의 ‘대신에버그린롱숏’도 단기간 높은 성과를 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브레인운용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며 2호 펀드까지 설정, 돌풍을 일으켰다면 올해는 대신운용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게 업계 평가다.

‘대신에버그린롱숏1’은 9월 말 김현섭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그룹장이 운용을 시작해 설정 넉 달 만에 11.84%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 이후 1.32%의 수익을 낸 것은 물론 이달에도 0.14% 수익을 더했다. 김 그룹장은 “올 들어 시장을 보수적으로 내다보고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고, 120개 종목을 담아 운용했다”며 “롱과 쇼트 포지션 적중률이 동시에 좋아 수익률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설정 초 1000억원이던 펀드 규모도 넉 달 새 2583억원(6일 종가 기준)까지 불었다. ‘브레인태백1’(3482억원) ‘브레인백두1’(3149억원)에 이어 3위다. 김 그룹장은 “변동성이 커진 증시에서는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로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올해는 상승폭보다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헤지펀드 수익률이 돋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의 선전 덕분에 23개 헤지펀드의 전체 설정액 규모도 작년 초 1조원대에서 지난 6일 현재 2조1591억원으로 불어났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