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9일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실시를 여당에 재차 요구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특히 현재 진행 중인 2월 임시국회의 ‘의사일정 보이콧’까지 시사하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문병호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이 하루빨리 특검의 시기와 방법, 범위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강력한 투쟁과 함께 국회 의사일정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양당 대표·원내대표 간 4자회담에서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의 시기와 범위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여당 측에서는 국정원개혁특위를 수용하는 대신 특검은 하지 않는 식으로 이면 합의가 이뤄졌다며 야당 측 주장을 일축해왔다.

최재천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면 합의는 결코 없었다”며 “만약 그런 게 있었다 하더라도 입증 책임은 여당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특검은 대선을 다시 하자는 게 아니며 특검을 통해 대통령의 진퇴를 논의하자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지난 주말 2박3일간의 강원·영남지역 ‘세배 투어’를 마치고 귀경한 김한길 대표는 이날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특검 성사를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지독한 ‘불통’ 때문에 마치 절벽 앞에 서 있는 것 같다”며 “(새누리당이) 건전한 상식에 입각한 문제 제기와 토론마저 거부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현재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을 실시한 전례가 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법치주의를 모욕하고 ‘법치 열외 특권’을 요구하고 있다”며 “특히 국회 보이콧 운운은 민생을 볼모로 한 협박으로 황당하다”고 밝혔다. 박대출 대변인도 “재판 결과가 잘못됐다면 특별재판을 해야지 왜 특별검사를 하자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특검을 요구한 데 대해) 새정치가 헌법 정신의 상위 개념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이호기/이태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