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리과학부는 2000년대 들어 물리천문학부를 제치고 자연계 최상위 학과로 올라섰다. 수리과학부 합격선은 기계항공공학부 전기정보공학부 등 공대 최고 인기 학과들과 비슷하다.

서울대 수리과학부는 이번 2014학년도 입시에서 새로운 성과를 냈다. 이과 최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경희대 한의예과보다 합격선이 높아진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이 추가 합격자의 이동 경로를 통해 합격선을 추정한 결과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산업 구조의 변화가 대입 지도를 바꾼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공계 대세론’은 대입 판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목고(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뺀 일반고 가운데 가장 공부를 잘하는 학교로 꼽히는 숙명여고(서울 도곡동) 학생들 사이에 최근 성균관대 공대 선호 현상이 부쩍 늘어났다.

숙명여고를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삼성전자 임원이 많이 사는 타워팰리스가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입학처 관계자는 “아버지나 친구 아버지가 삼성 임원인 학생이 많아 ‘성균관대나 한양대 등 삼성에 많이 들어가는 공대에 가는 게 의대 진학 못지않다’는 생각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공계 선호 현상은 고교에서 이과반 편성이 늘어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학군 제한 없이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을 받을 수 있는 전국 단위 자사고인 포항제철고의 경우 남녀공학인데도 이과반이 7개로 문과반보다 많다. 전인덕 포항제철고 교감은 “우수한 여학생이 특히 이과로 몰리고 있다”며 “올해 입시에서도 최상위권 학생이 40명 넘게 이공계를 택했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이공계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보다 통섭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화학공학과 교수)은 “이공계와 인문계 사이에 선을 긋는 교육보다는 양쪽의 능력을 골고루 가진 인재가 더 많이 나와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