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청산 위기였는데…지금 기준으로 해고 판단하나"
쌍용자동차 ‘회계 조작’ 의혹의 쟁점은 회사 측과 회계법인이 설비 공장 등 유형자산의 장부 가격을 낮추고 손실 규모를 부풀려 이를 2009년의 대량 정리해고에 활용했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일부 정치권과 노동단체는 ‘해고가 정당했다’는 1심 판결 직후인 2012년 “쌍용차가 2008년 말 결산 당시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과다하게 반영해 경영상 위기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진회계법인은 쌍용차의 ‘2008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5176억여원으로 잡았다. 이를 기초로 계산한 2008년 말 당기순손실은 7110억원. 안진이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반영하기 이전 당기순손실은 1861억원에 불과했다.

쌍용차 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매년 감가상각액을 차감하는 기업회계기준상 유형자산 평가와 계속기업가치 및 청산가치 산정을 목적으로 시가평가하는 법원 조사보고서의 평가 방법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은 보고서 감정을 실시했다.

재판부는 “유형자산 손실은 기업이 계속 운영되는 것을 전제로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데 쌍용차는 생산 중인 6개 차종 중 4개를 단종시키고 2013년까지 신차 개발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손실을 계상했다”고 지적했다.

렉스턴과 카이런은 2010년에, 액티언은 2009년에 단종시키는 것을 전제로 손실 보고서를 작성했고, 후속 신차 계획에 잡혀있던 판매수량은 아예 빼버려 유형자산 손실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쌍용차 측은 “2009년 1월에는 회사가 청산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무슨 신차 계획이 있었겠느냐”며 “고법은 지금의 쌍용차를 기준으로 과거를 판단한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파산절차에 정통한 한 판사도 “정리해고는 파산할 수도 있는 기업을 우선 살리기 위한 방편”이라며 “기업회생절차의 긴박성이 판결에 반영이 안 돼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회계조작’ 의혹이 정리해고의 원인이 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해고 근로자 측 손을 들어주었다.

쌍용차 측은 “정리해고는 회사의 파산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며 손상차손에 따른 손실과다 또는 부채비율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형자산 손상차손은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재무 건전성 위기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쳐 인원 삭감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일축했다.

■ 유형자산 손상차손

시장가치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유형 자산의 미래 경제적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하는 것이다.

김병일/최진석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