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의 금통위' 임기말까지 흥행 실패?…금리동결 예상에 시장서도 '관심 밖'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보다 기획재정부의 그린북(경기동향보고서)을 보는 게 더 낫다.”

금통위가 오는 13일 열리는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나온 채권시장 관계자의 말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이에 따른 신흥국 불안에 대응하고 동시에 국내 경기까지 살려야 하는 한은의 운신폭이 그만큼 작아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연 2.5%)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경제신문이 국내외 은행과 증권사,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로 구성된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7~9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22명 전원이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지난달 금통위 직전엔 시장에서 금리 인하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엔화약세로 인한 수출 타격을 막으려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논리였다. 물가상승률이 1%대에 그치고 있어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 인하 카드를 쓰자는 주장도 일부에선 꾸준히 제기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리 인하 관측이 약해졌다. 신흥국 불안 탓이 크기 때문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각국 중앙은행이 자금 유출을 막으려고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우리만 내리긴 어렵다”며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금통위 결정은 역설적으로 쉬워진 셈”이라고 말했다. 걱정했던 원화강세·엔저도 누그러졌다. 올해 원화값이 달러당 1050원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은 응답자의 31.8%에 머물렀다.
'김중수의 금통위' 임기말까지 흥행 실패?…금리동결 예상에 시장서도 '관심 밖'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은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채권시장으로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한국 시장 이탈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은 응답자의 4.5%에 불과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세에 맞춰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도 예전보다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금통위 회의 결과는 이미 시장의 관심권 밖이라는 지적도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 직전인데도 채권시장이 조용한 것은 시장의 기대가 낮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 의장인 김중수 총재(사진)의 임기가 다음달 끝나는 만큼 금통위도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8개월간 소수의견 하나 없을 정도로 소극적이었던 금통위가 갑자기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엇갈리는 미국 경기지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정도가 이번 금통위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은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 부족이 무관심을 낳았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위원은 “금통위가 시장의 기대와 매번 딴판으로 가다보니 전망 자체가 의미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김중수호(號)의 금통위가 마지막 회의(3월13일)까지 존재감을 드러내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