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前총리 '미래 인재' 특강 "효율 중시했던 개발연대…이제 화두는 시민정신"
“지금은 기업가정신과 시민정신이 투철한 인재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현재 호암재단 이사장(사진)이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창립 39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사회를 시민사회와 기업사회로 나눠 본다면 기업사회에는 기업가정신과 직업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한 인재가 위기에 빠진 기업을 구할 수 있고 이런 인재를 발굴할 때 더욱 격조 높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개발연대 이후 우리는 현실주의적 이념 위에서 효율주의를 우선하며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때문에 현대를 경제의 시대라고도 할 만큼 경제문제가 절실한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제 경제와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부문의 균형적인 발전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며 “이런 시대에는 기업가정신, 직업정신뿐만 아니라 시민정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발전을 지켜보면 경제원리만으로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비용편익 원리를 넘어 인간성, 구체적으로는 시민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시민정신은 자율적으로 규율하는 것이며 이런 자율적 규제가 늘면 법률이나 제도 같은 타율적 규제는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 문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남한에선 현실주의가 확산됐지만 북한에선 이상주의가 확산됐다”며 “남북을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지가 앞으로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삼성그룹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대학 총장 추천제’를 도입하려다 백지화한 데 대해서는 “기본적으로는 좋은 취지였지만 사회적 논란 때문에 실시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호암재단이 주는 호암상도 인재 육성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0년 노벨재단에 특별상을 수여했는데, 노벨재단이 한국 과학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1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 이사장은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서울대 총장을 지냈으며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에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후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과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등을 맡았으며 1997년부터 호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