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행장, 2주간 점심 굶은 까닭
지난달 22일 오후 6시30분. 이건호 국민은행장(사진)이 KB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수습하느라 바쁜 서울 마포 도화동 지점을 방문했다. 영업시간이 끝났지만 한 사람의 직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고객이 몰려들어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카드를 해지하면서 일이 폭주해서다.

안쓰럽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 행장의 시선이 어느 순간 전 직원 책상에 놓여 있는 두 개의 샌드위치에 머물렀다. 내방객이 몰리면서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우려 했지만 그마저 시간이 없어 먹지 못한 데다, 저녁도 빵으로 해결해야 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이 행장은 그날 이후로 영업점 연장근무가 끝난 지난 4일까지 점심을 먹지 않았다. 행장이 점심을 건너뛰자 처음엔 다이어트 중일 거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행장을 수행해 영업점을 방문하는 비서실장, 수행비서, 운전기사도 덩달아 단식하는 상황이 보름가량 이어졌다. 궁금증은 얼마 뒤에 풀렸다. “그날 본 장면에 너무 가슴이 아파 직원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누군가의 설명이 들려왔다.

이 행장이 지난달 22일부터 지금까지 방문한 점포는 전국 63곳이다. 차량 주행거리만 3000㎞가 넘는다. 이마저도 비행기와 기차로 이동한 거리를 뺀 수치다.

다행히 최근에는 점심 약속을 잡고 있다고 한다. 최고경영자(CEO)로서 대외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라는 판단에서라는 후문이다. 한 은행직원은 “담백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행장이 직원들과 공감하기 위해 끼니를 걸렀다는 소식에 찡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