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크레바스세대 90~95년생
1990~1995년생들이 정말로 불쌍해졌다. 90년생이 26세가 되는 2016년 정년 60세연장법이 시행된다. 91년생이 사회로 나갈 즈음인 2017년에는 300인 미만까지 무조건 적용된다. 일본에서 정년 65세연장법이 통과된 지난해 게이단렌 조사에 따르면 당장 40%의 기업이 신규채용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더 많은 기업이 당분간 채용 중단에 돌입할 것이다. 말이 당분간이지 기약도 없다. 유력한 근거는 한국의 임금구조 통계다. 경총 조사를 보면 국내 제조업의 20~30년 근속자는 신입사원의 3.1배를 받는다. 일본 2.4배보다 더 많다. 1.1~1.9배인 유럽국가의 2배다. 이런 인력을 55세 이후에도 5년을 더 의무고용해야 한다. 자랑스런 우리들의 고용복지법이다. 34세 미만보다 55세 이상이 급여는 3.02배나 받지만 생산성은 60%에 그친다는 노동연구원의 연공임금 연구는 아무도 안 본다.

임금생산성 5분의 1, 그래도 60세!

55세 이상이 직장에 남게 되는 2016년이 되면 90년생들의 앞에는 거대한 취업빙벽이 등장한다. 55세들이 회사에서 60세를 채울 5년간 엄청난 취업난이 예고돼 있다. 누적된 취업재수생의 핏발선 눈빛은 도시를 어둡게 할 것이다. 2030과 5060세대 간 갈등은 단순히 ‘안녕~ 대자보’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그렇게 빙하기를 거친 뒤 60세정년 세대들이 나갈 2022년께부터 신규채용시장은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그렇다고 95~96년생들의 취업기상도가 갑자기 밝아질까. 97~98년생 너머까지 이 영향권에 있다.

게임만 잘해도 대학에 가게 하겠다며 그저 학습량이나 줄여주자던 소박한 이상주의자들이 있었다. 학습능력이 유난히 떨어진 1983년생 이해찬세대는 그렇게 생겨났다. 힘든 학과공부 경감에 해피!도 잠시, ‘뭘 아는 게 없어…’라는 무시는 평생 간다. 그들은 입시에서 재수생에 대패했고 나중엔 취업에서도 밀려났다. 기성세대 때문에 다음세대가 망가진 케이스였다.

누적 백수, 도시의 핏빛 눈동자

이제 부모와 삼촌이 정년연장 혜택을 받으며 직장에서 버티기에 들어가면 90~95년생인 아들딸, 조카들이 빙벽에 부딪힌다. 절벽을 마주할 90~95년생 321만명은 30대까지 미증유의 빙하기를 맞는다. 직장이라는 체계적인 경로를 통한 사회진출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할 크레바스세대가 될 것이다.

사실 정년연장법은 논의 때부터 논란거리였다. 베이비부머의 노후문제를 완화하자는 아버지세대의 일방적인 기득권 지키기였다. 고용률 70%라는 국정목표를 의식한 것이었다면 탁상행정의 기념비거리다. 고용률만 본다면 내일인들 100%도 어려울 게 없다. 취업희망자를 전원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할당토록 실업방지특별법만 뚝딱 만들면 그만이다. 그런 체제가 북한, 옛 소련이다. 생산성이 담보되지 않은 정년연장은 결국 또 하나의 강제 복지에 불과하다. 이런 고용복지가 탄탄해질수록 해외에서의 투자는 길을 되돌릴 테고 국내자본까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밖으로 달아나게 된다. 이게 자본의 생리다. 법으로 몇 년 더 보장해준다니 나부터 일단은 감읍이다. 하지만 자식들의 절망과 고통을 지켜봐야만 한다.

결혼도, 출산도 힘겨울 크레바스세대들! 누가 이들을 먹여살리나. 지금 50대들은 우리가 그토록 전력투구해 키워온 내 자식들의 절규를 기꺼이 응시할 준비가 돼 있나. 아무래도 정년연장법이 50대까지 불행하게 만들 것 같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