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없이 쥐 체세포 분화…'만능줄기세포' 획기적 기술 개발
서른 살의 일본 여성 과학자에게 세계 과학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주인공은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의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주임(30·사진). 그가 주도한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를 통해 쥐의 체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담그는 자극만으로 모든 세포로 분화하는 만능세포(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30세 무명 과학자에서 스타로

논문이 발표된 후 일본 언론들은 연일 오보카타 연구원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발표 당시 그가 끼고 있던 반지와 복장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로 노벨상을 탄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에 이어 또다시 노벨상을 탈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급기야 그가 나서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로 지나친 확대 해석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논문 발표 전까지만 해도 그는 무명에 가까웠다. 와세다대 이공학부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 박사학위를 얻은 신예 과학자다. 작년 봄 처음으로 네이처에 논문을 투고했을 때는 터무니없는 연구라며 한 차례 퇴짜를 맞기도 했다.

○생물세포학 역사 뒤집는 결과

그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수백년 생물세포학 역사를 뒤집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줄기세포 연구는 저마다 한계를 갖고 있었다. 배아줄기세포는 난자를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윤리성 논란이 이어졌다. 노벨상을 받은 야마나카 교수가 제안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는 만능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전자 조작 과정을 거쳐야 해 이 세포가 암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었다.

반면 STAP 세포는 제조 방법부터 간단하다. 약산성 용액에 체세포를 담가 자극을 주는 게 전부다. 쥐의 비장에서 채취한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를 홍차 정도의 약산성 용액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배양하면 수일 후에 만능세포가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이 세포를 쥐의 피하조직에 이식해 신경, 근육, 장(腸) 세포 등 어떤 조직으로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윤리 논란에서도 자유롭고 만능세포를 만드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종래의 상식도 뒤엎은 결과다. 외부 자극으로 세포의 역할을 재설정하는 초기화가 식물이 아닌 동물 세포에서도 가능하다는 점도 증명했다.

획기적인 방법론을 제시했지만 이 기술을 사람에게 적용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우선 이번 연구는 갓 태어난 생쥐를 대상으로 했다. 어른이 된 쥐의 체세포에서 이런 방법이 가능한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 실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도 “아직은 생쥐에서만 실험을 했기 때문에 사람 세포에서도 가능할지는 좀 더 검증을 해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 STAP세포

자극야기성 다성능획득(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 세포. 유전자를 조작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와 달리 약한 산성용액으로 체세포를 자극하는 방법만으로 배아줄기세포처럼 분화 능력이 뛰어난 줄기세포를 만들수 있다. 0.2%에 불과한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성공률도 STAP 세포에서는 25%로 250배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