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서모 씨(54)는 요즘 주식시장 진입을 두고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손절매 후 증시에서 발을 뺀 서씨는 다시 투자에 나서도 괜찮을지 고민이 깊다. 서씨는 "연초 지지부진했던 증시가 이제 반등할 때가 된 것 같아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미들 컴백 시기 저울질 …개인 자금 유입중

지난해 주식시장을 떠났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컴백'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새해가 밝은 지 한달만에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미들이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은 46.5%로 투자자별 매매 추이가 공식 집계된 200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개인의 코스닥시장 거래대금 비중은 88.9%로 2004년(89.7%)을 제외하고 유지해온 90%대 기록이 깨졌다. 올해도 연초부터 증시가 불안해 개인투자자들의 컴백 기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개인 자금이 조금씩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로 순유입된 자금은 모두 6260억 원.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는 5926억 원 순유출을 나타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투자자예탁금이 제자리걸음을 보여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연말 13조 원대까지 떨어진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한달 동안 13조~14조 원 대를 오르내렸다.

'주식으로 돈 벌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직장인 박 모 씨(33)는 "주식투자에 관심은 있으나 개인들이 예전만큼 높은 수익을 내긴 힘들다" 며 "명절 보너스로 여윳돈이 생겨도 선뜻 주식 투자에 나서긴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설 이후 시장 진입 추천…테이퍼링 영향 제한적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설 연휴를 기점으로 시장 진입을 추천했다. 이번 설 연휴 최대 이슈였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결정이 증시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고, 불확실성 해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30일 FOMC 성명을 통해 양적완화 규모를 추가 100억 달러 축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FOMC의 결정이 주가를 좌우할 재료가 아니라는 공감대는 설 연휴 전 증시에서부터 나타났다. FOMC를 하루 앞둔 지난 29일 투자 심리 위축을 우려했던 시장 예상과 달리 국내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6% 오른 1941.15로 장을 마감했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제한되면서 엔저현상 완화가 예상된다" 며 "환율 위험 완화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이 기대되는 자동차 및 부품주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설 연휴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조정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테이퍼링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과 중국 경기 둔화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은 국내 수출 회복을 지연시키면서 증시에 부정적일 수 있다" 며 "중국 관련 리스크 부각 가능성도 국내 증시의 반등을 제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증시의 반등 시점과 관련해 향후 중국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금리와 발틱운임(BDI)지수 등 중국 관련 지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