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혀 먹으면 괜찮아요” > 황우여 대표(왼쪽 첫 번째)와 김기현 정책위의장(두 번째) 등 새누리당 당직자들이 28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어려움을 겪는 오리사육 농가들을 돕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리고기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익혀 먹으면 괜찮아요” > 황우여 대표(왼쪽 첫 번째)와 김기현 정책위의장(두 번째) 등 새누리당 당직자들이 28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어려움을 겪는 오리사육 농가들을 돕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리고기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닭에 매우 치명적인 특성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오리농가에서 의심신고가 집중된 이유도 닭은 임상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폐사해 AI 발견이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은 닭보다 오리 농가에 소독을 집중해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 닭에 훨씬 치명적…오리만 살처분하다 방역 '구멍'
김재홍 역학조사위원장(서울대 조류질병학과 교수)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이번 H5N8형 AI 바이러스는 과거 네 차례 한국에서 발생한 H5N1형과 비교했을 때 닭 치사율과 전염률이 이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닭이 이번 고병원성 AI에 감염될 경우 병변이 나타날 틈도 없이 폐사하기 때문에 농가에서 관찰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에선 처음으로 평택의 한 양계장에서도 닭 1700여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에 대해 “1차 부검 결과 AI 증상이 발견되지 않아 AI보다는 기관지염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또한 제대로 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닭이 폐사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정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양계장은 충남 부여의 한 곳뿐이다. 나머지는 다 오리농가다. 방역당국은 애초 이번 AI의 닭 전염력이 약하다고 보고 발생 농가 3㎞ 이내 오리만 살처분하고 닭은 조치하지 않았다. 뒤늦게 닭에도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살처분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전국 양계농가엔 비상이 걸렸다. 양계농가는 전국 3000곳으로, 사육되는 닭만 1억5000만마리에 달한다. 오리농가 900곳, 1000만마리보다 훨씬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번 AI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철새 중 상당수가 이미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이다. 가창오리가 지난해 11월에 한국으로 들어왔는데도 1월이 돼서야 사체가 발견된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미 많은 개체가 감염된 상태에서 면역력이 약한 일부만 나중에 죽은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철새가 날아다니는 경로 모두가 AI 오염지역이 된다. 이날 경남 창녕의 우포늪에서 채취한 철새 분변에서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상권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철새대책을 펼치겠다던 방역당국은 헛발질만 하고 있다. 전북 김제시는 폭음기를 설치해 만경강 일대 철새를 쫓다가 비판을 받았다. 철새 먹이주기 제한 조치가 굶주린 철새를 주변 농가로 이동시켜 오히려 AI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