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JJ중정갤러리의 기획전 ‘일이삼사오’에 전시된 송위안위안의 ‘가구’.
서울 JJ중정갤러리의 기획전 ‘일이삼사오’에 전시된 송위안위안의 ‘가구’.
웨민쥔, 왕광이, 장샤오강, 쩡판즈는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으로 꼽힌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2000년대 초만 해도 이들의 그림값은 가로 1.62m(100호) 크기에 1000만~3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작년 10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쩡판즈의 ‘최후의 만찬’이 1억8000만홍콩달러(약 250억원)에 낙찰돼 아시아 현대미술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들의 작품값이 10여년 만에 100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중국 ‘블루칩 작가’의 작품 가격이 치솟고 매물도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옐로칩 작가’에게 쏠리고 있다. 중국 화단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작가는 누구일까. 중국미술연구소는 천훙즈, 천줘, 황민, 장화쥔, 뤼옌, 천예, 송위안위안, 샤오저뤄 등 20~40대 ‘중국 이머징 아티스트’ 8명의 작품을 모은 전시회를 마련했다.

전윤수 중국미술연구소장과 큐레이터 샤옌궈가 기획을 맡아 내달 7일까지 서울 청담동 JJ중정갤러리에서 펼쳐지는 ‘일이삼사오’전이다.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로 이데올로기나 상업주의에 저항했던 ‘차이나 아방가르드’ 세대와 달리 톡톡 튀는 개성과 새로운 시도로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낸 중국 젊은 작가들의 회화 30여점을 선보인다.

전 소장은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30, 40대 작가 가운데 고유한 시각과 언어를 꾸준히 연마한 작가의 작품만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마치 숫자 1이 숫자 3을 대신할 수 없고, 1부터 시작한 숫자가 무한대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과 같은 중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프리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아크릴판에 아크릴 염료로 작업하는 천훙즈는 ‘요양원’ 시리즈 3점을 걸었다. 산수화를 바탕으로 중국풍의 표현주의를 개척한 황민은 전통문화와 단절된 중국인들의 애환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장화쥔의 회화 ‘떠다니는’ 시리즈는 흐르는 물이나 거친 황야에 몸을 맡기거나 떠가는 구름,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알몸의 남성을 묘사한 작품이다.

단순히 사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 그 자체의 물성을 강조한 송위안위안의 작품, 단조롭고 고단한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강아지에 투영한 샤오저뤄의 작품 등도 관람객들과의 농익은 소통을 끌어낸다.

중국인 큐레이터 샤옌궈는 “중국에서 호평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초대전 형식으로 모았는데 완성도가 높고 개성이 도드라져 놀랐다”며 “정체성을 탐색해온 작가들에게서 중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549-020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