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인터넷 카페를 보고 라오스 비엔티안으로 골프 여행을 갔던 김민승 씨(43· 중소기업 대표)는 현지에 도착한 지 하루 만에 분통을 터뜨렸다. 허름한 숙소, 질 낮은 음식, 수준이 떨어지는 골프장 등 모든 면에서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항의하자 현지 가이드는 “상품 가격이 너무 싸서 어쩔 수 없다”며 더 나은 숙소나 서비스를 원하면 추가 비용을 내라고 요구했다.

화가 난 김씨는 여행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한편 현지의 다른 여행사를 찾아가 대신 행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함부로 다른 팀을 맡으면 손님을 빼앗은 꼴이 돼 우리가 봉변을 당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결국 김씨는 골프도 제대로 치지 못하고 3박4일의 골프여행을 망치고 말았다.

겨울 시즌을 맞아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동남아 국가로 해외 골프여행을 알선하는 온라인 기반 무허가 골프 여행사가 성행해 여행업계와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정식 등록 여행사는 물론 이용자의 주의가 요망된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국가명 또는 지역명에 ‘골프’라는 단어를 조합해 검색하면 이런 카페나 블로그가 여럿 검색된다. 정식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여행업 등록을 한 업체도 있지만 현지에 거주하면서 무허가로 영업하는 곳이 상당수다. 골프 전문 A여행사는 “인터넷을 통해 해외 골프여행을 알선하는 온라인 카페 중 80% 이상이 무허가”라며 “지역에 따라서는 정식 등록 업체가 정상적으로 영업하기 불가능할 정도”라고 밝혔다.

온라인 기반의 무허가 여행사가 내세우는 것은 낮은 가격. ‘노마진’ ‘여행사보다 합리적인 가격’ 등의 문구를 내세우고 회원을 유치한다. 일반적으로 등록 여행사의 골프 상품은 인건비, 임대료, 광고비, 골프장 계약금 등 많은 비용이 지출되기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무허가 업체는 이런 부대 비용을 생략하는 대신 자신이 직접 운영하거나 지인의 민박 등을 이용해 원가를 낮추고 있다. 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광고 등 마케팅 능력에 한계가 있어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에 홍보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전화, 현지 전화로 문의를 받아 영업하는 것이 보통이다.

필리핀의 한 무허가 골프카페는 “숙박 렌터카 스페셜 마사지를 포함한 3박5일 골프 상품 가격이 52만원인데, 다른 여행사에선 이 가격대의 상품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여행업 등록을 하지 않고 여행 알선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인 데다, 무허가 업체는 영업보증보험, 여행객을 위한 여행자보험 가입 의무가 없어 안전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이 문제다. B여행사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골프여행을 갔던 여행객이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하는 바람에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지만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푼돈의 보상금만 받은 경우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홍무 골프여행사연합 회장은 “온라인 무허가 골프 여행사들은 고객과 음성적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드러나지 않아 알려진 것보다 소비자 피해는 더 클 것”이라며 “일반 골프 여행객에게는 무허가 업체를 이용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는 한편 포털사이트들이 여행업 정식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카페 개설을 허가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