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아무리 씨가 좋아도 토질과 기후가 맞아야 제대로 자란다. 학생이 아무리 우수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해도 그 재능을 길러 주는 창의적인 학교와 교사가 없다면 창의적인 인재 육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학교는 한 나라 교육의 중추기관임에도 ‘교육에 관한 생각의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앨빈 토플러는 사회 집단의 변화 속도에 대해 “기업이 100마일이라면 가족은 60마일, 정부는 25마일, 학교는 고작 10마일에 불과하다”고 했다. 10마일로 변화하는 학교가 어찌 100마일로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이나 60마일로 변화하는 가족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반문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교육의 ‘정답주의 문화’는 머릿속에 저장하는 최저 품질의 지식을 요구하고, 이는 획일적인 교육과 사교육을 조장한다. 우리 교육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공급자 중심의 교육을 수요자 중심의 학습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학교 경영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소질을 계발하고 길러 창의력이 발현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 덕에 학생의 개별적 창의력이 더해질 경우, 강력한 창의력이 발휘되는 집단 지성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한 학교는 국민 모두의 여망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행복 교육’은 입시 위주가 아닌 교육 본질에 충실해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길러 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런 ‘행복한 학교’ 만들기의 일환으로 한국교육개발원을 비롯한 5개 유관 기관이 교육부 및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수탁해 ‘창의경영학교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학교 여건 및 희망을 반영해 학력향상형 사교육절감형 교육과정혁신형 자율형 등 4개 유형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1663개교가 학교 단위의 자율·책임·창의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열정이 높은 학교는 교장의 경영 철학과 교사의 교수 역량에서 비롯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루돌프 슈타이너의 주장처럼 교사의 교육 관련 전문성과 교직 수행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전문적 지원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창의경영학교 지원사업’은 학교가 재충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그 혜택이 다시 학생들에게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할 수 있는 교육 정책 사업이기도 하다. 모든 학생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가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희규 < 국민행복교육포럼 공동대표·신라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