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그레그 당시 CIA 韓日총책 접견내용 공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973년 8월 일본 도쿄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납치됐을 당시 한미 관계 악화를 우려한 미국의 경고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대중은) 곧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는 주장이 21일 제기됐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워싱턴DC를 방문해 이른바 '도쿄 피랍' 사건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국 및 일본 총책이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만난 얘기를 소개했다.

정 의원은 "그레그 전 대사의 말에 따르면 '도쿄피랍' 당시 주한 미국대사였던 필립 하비브 대사는 '김대중을 죽이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청와대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도 고민했을 것이고 그 결과 하비브 대사에게 '(김대중은) 곧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는 게 그레그 전 대사의 전언"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중정 요원에 의해 대한해협에서 수장되기 직전 현장의 상공에 나타나 이를 막았다는 비행기의 정체와 관련, 그레그 전 대사는 "미국에서 띄운 걸로 알려졌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정 의원은 전했다.

정 의원은 그레그 전 대사가 1982년에 미국에 망명한 김 전 대통령을 만나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레그 전 대사가 '박 전 대통령과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 중 누가 당신을 죽이라고 지시했다고 보느냐'고 묻자 김 전 대통령은 확신에 차서 '박정희가 직접 지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위안부 소녀상 철거 청원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자 미국 의원들을 만나고 온 정 의원은 미국 상·하원에서 '위안부 해결 촉구 법안'이 통과될 때의 뒷얘기도 전했다.

정 의원은 "엘리엇 엥겔 미 연방 하원의원을 만나 법안 통과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던 순간 법안이 통과됐다"며 "당시 (법안 통과를 막으려) 로비전을 펼치다 내 앞을 지나던 주미 일본 대사의 표정이 굉장히 안 좋았다"고 회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