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조모 씨는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전담범죄팀 수사관을 사칭하는 전화를 받았다. 통화에서 안내한 검찰청 사칭 사이트에 들어가 알려준 사건번호와 성명,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니 조씨가 피의자로 적힌 특별범죄 수사내용이 화면에 떴다.

수사관을 사칭한 사람은 사기사건에 조 씨가 피의자로 신청돼 있지만 사전수사 결과 피해자로 판단된다며 수사에 협조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조 씨는 지시대로 농협에 통장을 개설하고 검찰청 사칭 사이트에 연결된 금융감독원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 계좌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했다. 그 결과 보이스피싱(전화사기)으로 국민은행, 롯데카드 등에서 12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13일 최근 카드사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소비자피해 사례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공동 대응을 위해 피해사례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금소연은 "올 들어 KB국민, 롯데, NH농협 카드 등 카드사에 이어 저축은행, 캐피탈에서도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카드사 회원들이 보이스피싱, 대출강요, 신용등급 하락 등의 문자와 전화가 최근 집중적으로 오는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접수됐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카드사에서 유출된 정보는 본인의 성명, 휴대전화번호, 직장명, 주소 등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카드사용 내역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에 금소연은 해당 정보가 카드를 어느 마트·극장· 병원·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는지 사생활까지 노출돼 보이스피싱, 사기대출 등 각종 범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앞서 조 씨의 피해 사례에선 수사관을 사칭한 사람이 농협과 거래가 없었다는 사실 등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카드사들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정보유출로 불안해 하는 회원들에게 통지 등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형구 금소연 금융국장은 "금융사들이 개인정보 보호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최근 발생한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중간 수사 결과, 개인정보 불법 수집자 및 최초 유통자가 검거돼 정보가 외부에 유출 및 확산되지는 않은 상태로 판단했다. 추가 유출 여부는 계속 수사 중이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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