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나흘은 반드시 쉬어야 한다.”

지난주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임직원들에게 사내 전달사항을 통해 내린 지침이다. 미국은 ‘주5일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림의 떡이었던 IB 임직원의 휴일을 회사가 강제하기 위한 조치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뉴욕 월가에서 ‘월 4일 휴무’라는 이상한 근무문화가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BoA 메릴린치는 사내에서 직급이 가장 낮은 애널리스트와 연구보조원들이 한 달에 나흘씩은 꼭 쉬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크리스천 메이스너 BoA 메릴린치 글로벌 투자 부문 대표는 “이번 조치가 사내 직원들의 재충전과 성공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월가 직원들은 ‘주5일제’ 근무에도 승진과 실적을 위해 주말까지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통의 회사에서 ‘한 달에 나흘을 꼭 쉬라’는 전달사항이 내려왔다면 오히려 ‘징계’로 여겨질 수 있으나 월가는 이번 지침을 환영하고 있다.

BoA 메릴린치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여름 런던사무소에서 일하던 인턴 직원이 사흘 밤낮을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 숨진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고육책이다.

또 다른 IB인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해 “직원들은 가능하다면 반드시 주말에는 일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상한 지침’을 내린 적이 있다. JP모간체이스는 ‘주말 의무휴가제’ 시행에 대비해 올해 직원을 10%가량 늘릴 계획이다. NYT는 이 회사의 이런 움직임은 젊은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덜어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