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선정과 관련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사실상 ‘0’으로 나타남에 따라 ‘다양성 부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교과서 편수(책을 편집하고 수정하는 일)를 담당하는 조직을 만들어 교과서 검정과정에 직접 개입하기로 했다.

○교학사 채택률 사실상 0%

교육부, 교과서 검정에 직접 개입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고교 교과서 선정·채택 현황을 제출받은 결과 올해 교과서를 새롭게 선정하는 1794개교 가운데 두 곳(채택률 0.11%)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9일 오전 발표했다.

그러나 두 곳 가운데 한 곳인 경북 청송여고의 박지학 교장은 이날 오후 “학교운영위원·학부모들의 의견을 존중해 교학사 교과서는 배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남은 경기 파주 한민고도 2월 중 교과서 선정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서울 용산구 서울디지텍고가 이날 교학사 교과서를 추가로 구입하는 방안을 밝혀 주목받았다. 곽일천 교장은 “교학사 교과서에 서술된 자유민주주의, 민주화, 경제성장, 이승만 정부의 역할 등에 관한 내용은 기존에 없던 시각으로 학생들이 이런 관점을 균형 있게 보고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디지텍고는 교학사 교과서를 일부 구입해 학습 참고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아직 교과서를 고르지 않은 47개 고교도 외압을 의식하고 있어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은 사실상 0%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8종 교과서 가운데 교학사를 제외한 진보 성향의 7종 교과서 출판사들은 최소 4% 이상의 채택률을 보였다.

○다양성 부족 논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외압이 정부 특별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다양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사회의 다원화에 발맞춰 교과서도 검인정을 늘려왔는데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 교과서에 뭇매를 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의 다양성을 주장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일부 이념세력은 자기들과 다른 역사관의 씨를 말리려는 집단 광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현대사학회 등 보수성향 역사학계는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가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일선 고교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객관적인 역사 교육이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역사교과서 대책위원장인 유기홍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표절이나 부실, 왜곡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편집·수정 직접하기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가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교육부가 편수를 담당하는 조직을 만들어 교과서 검정과정에 직접 개입할 방침임을 밝혔다. 국사편찬위원회 등 외부기관에 맡겼던 교과서 검정 업무를 교육부가 직접 담당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정권 입맛대로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정부의 역할 축소를 요구했다.

정태웅/이호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