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려다 동반 부실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이 올 한해 소화해야 할 회사채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와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부실 계열사 지원 리스크가 불거진 주요 기업 6곳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중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 규모는 모두 2조8천5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 대한항공·한진해운 ▲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 ▲ 대성산업가스·대성산업의 회사채·CP 만기도래 일정을 분석한 결과다.

이들 기업 중 올해 회사채·CP 만기도래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8천300억원을 포함해 올해 모두 1조4천1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한진해운은 회사채 3천900억원과 CP 50억원의 만기도래 물량을 연내 소화해야 한다.

지난달 대한항공은 S-Oil 지분과 노후 항공기 등 자산을 매각해 약 3조5천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고, 한진해운도 터미널 지분 유동화(3천억원)와 유상증자(4천억원 내) 계획을 내놨다.

그룹의 자구 노력이 성공해 차입금 상환 재원이 마련된다면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CP를 상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구책의 성공과 향후 이들 기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각각 항공업과 해운업의 업황 부진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자구책의 핵심인 S-Oil 지분 매각도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S-Oil의 수익성이 악화돼 원하는 가격에 지분을 처분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도 올해 대규모의 회사채·CP 만기도래 물량을 소화해야 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회사채 1천억원, 현대상선은 회사채 4천200억원과 CP 4천억원 물량의 만기가 올해 안에 도래한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말 현대상선의 주가 하락으로 파생계약 관련 부담이 커지자 국내 신용평가사 2곳으로부터 등급을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받았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는 1분기 안에 2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지만 지금처럼 회사 신용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면 인수자 확보와 적정 매각가치 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현대그룹 자구책의 핵심인 현대증권 매각도 다수의 증권사 매물이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높은 '몸값'을 평가받아 매각되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대성산업은 올해 1천억원 규모, 대성산업가스는 2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올해 안에 돌아온다.

대성산업가스는 안정적 사업구조를 지녔음에도 디큐브 시티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설사업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계열사 대성산업의 지분을 취득해 지원에 나서면서 신용도를 위협받았다.

대성산업의 경우 그동안 유상증자, 사옥·주유소·디큐브 오피스·호텔 매각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면서 올해 회사채 상환은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 디큐브 백화점 매각과 대성산업가스의 동반 부실 진행 속도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올해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을 소화하더라도 동반 부실화가 심화되면 탄탄한 계열사마저도 신용도가 훼손돼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을 우려한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내 큰 비중을 차지하던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때 지원에 나섰다가 견실한 업체도 함께 부실해져 신용등급이 강등하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