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라는 데서 어제 개헌문제로 격론이 오갔다고 한다.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역설한 지 이틀 만이다. 아무리 말로 먹고사는 게 정치권이라지만 좀 심하다. 개헌론을 연거푸 제기한 5선의 이재오 의원은 물론 이를 반박한 7선의 서청원 의원까지 최근 개헌을 둘러싼 논의는 너무도 즉물적이다.

정당의 중진입네 하는 이들이 잊혀질 만하면 불쑥 던지는 게 소위 개헌론이다. 하지만 국민편익이나 국익증대와는 거리가 멀다. 여야에서 120명이 이름을 올려놨다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도 제왕적 단임제라며 현 대통령제가 국정혼란의 근원인 것처럼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대안이란 게 기껏 내용도 애매한 분권형 혹은 내각제여서 설득력이 없다. 지금의 정치수준이라면 6개월이면 정권이 바뀌는 정치혼란이 터질 게 뻔한 것이 내각제다. 이명박 정권 때 개헌특위까지 만들었으나 중구난방이었던 것을 이재오 의원은 진정 잊었다는 것인지. ‘개헌’이란 말이 터지는 순간 전 국민, 전 직역, 전 사회 단체가 들고 일어난다.

물론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을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맞게 재정비하고 ‘87체제’가 기형적으로 탄생시킨 사회주의 경제조항들도 고쳐야 한다고 본다. 권력구조 문제라면 더 할 말이 많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파행의 근본 원인은 입법권력의 이상비대화 경향이다. 방망이만 두드리면 법이라는 의회독재, 모든 것을 국회에서 관할하겠다는 입법만능주의 국회를 정상적인 대의기관으로 돌려놓는 개헌이라면 찬성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의 개헌논의는 철학도 이념도 없는 권력 나눠먹기 그 자체다.

지금은 방만한 국회권력이 더 문제다. 지역의 포로가 돼 집단이기주의를 증폭시키고 국정을 마비상태로 만들어가는 무제한적 권력이 바로 국회다. 제멋대로의 폭주열차다. 그래서 국회해산 제도가 절실하다는 여론까지 나오는 터다. 정치권 일각의 주장은 실로 어이없다. “개헌이 아니라 경제살리기가 더 바쁘다”는 서청원 의원의 핑계는 더 한심하다. 갖다 댈 핑계가 그리도 없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국회권력의 제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