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사 착수…RO모임 발언 놓고 검찰·변호인단 주장 엇갈려

이석기 의원 등이 기소된 내란음모 사건 재판이 이른바 'RO' 모임의 녹음파일과 녹취록에 대한 증거조사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녹음파일이 공개됐지만 검찰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벌였던 RO의 실체와 기간시설 파괴 등 핵심 부분은 부정확하게 들리거나 발언 배경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 여전히 쟁점으로 남게 됐다.

7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32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지난해 5월 10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청소년수련원과 같은 달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 모임 등에 관련된 녹음파일 5개를 증거조사했다.

증거조사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녹음파일 47개 가운데 증거로 채택된 녹음파일 32개의 봉인을 해제하고 증거조사용 USB에 복사한 뒤 법정에 준비된 노트북으로 해당 녹음파일을 재생, 청취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녹음파일에는 아이 울음소리와 잡음, 웅성거림 등이 섞여 있어 정확히 들리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마리스타교육수사회 모임 녹음파일(4시간 30분 분량) 재생이 끝나고 검찰은 "잘 들리지 않아 녹취록이 일부 잘못 작성된 곳도 있지만 오녹취라는 변호인단 주장도 틀린 부분이 많다"며 "녹음파일 핵심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석기 피고인의 강연 이후 진행된 권역별 토론에서 후방교란, 폭파, 무기 등 단어가 모든 권역 토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은 확실한 사실"이라며 "국회의원이 국민 상식에 반하는 강연을 해 충격적"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 의원이 한반도 정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언급하며 "전면전은 안 된다고"라고 말한 것이 검찰이 제출한 녹취록에는 "전면전야 전면전"이라고 표기되는 등 이 의원 강연 부분에서만 414군데가 오기라고 지적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통신과 철도, 가스, 유류를 차단시켜야 되는 문제가 있다", "철도를 통제하는 곳을 파괴", "물질기술적 준비" 등 뚜렷하게 들리는 부분을 두고도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이석기 피고인이 강조하듯 강연의 주제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을 북한이 아닌 미국으로 보는 인식 하에 결정적 시기에 대비해 기간시설 파괴 등 물질기술적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한반도 정세가 정치군사적 성격을 갖지만 이에 대한 실천 활동이 정치군사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오해를 피하고자 물질기술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기간시설 파괴는 일부에서 나온 발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진행된 곤지암청소년수련원 모임 녹음파일(1시간 분량)에 대한 증거조사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의견이 엇갈렸던 이 의원이 김근래 피고인을 향해 말한 대목이 부정확하게 들려 이를 두고 양측이 또다시 맞섰다.

그동안 검찰은 이 의원이 이름 뒤에 '지휘원'을 붙여서 김 피고인을 불렀고 이는 이 의원이 RO 총책이고 김 피고인이 하급 조직원인 경기동부권역 대표라는 점을 뜻해 RO는 실체를 갖춘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름 뒤에 이어진 말은 '지금 오나'라면서 이 의원이 모임에 지각한 김 피고인을 지적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해왔다.

이날도 검찰은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하겠지만 '지금 오나'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나머지 이석기 피고인의 발언과 억양 태도 등도 잘 들어보면 공소사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 역시 "잘 들리지 않아 재판부도 수차례 들어봐야겠지만 적어도 '지휘원'이라는 말은 없었다"며 "아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는 등 분위기에서 내란음모를 위해 모인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고 맞받았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변호인단이 녹음파일을 듣고 작성한 뒤 증거로 신청한 녹취록에 대해 "판단에 참고하겠다"며 증거로 채택했다.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기자 goals@yna.co.kr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