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발표된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의 전망 대결이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영업이익이 8조 원 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9조 원대를 지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과는 '족집게' 외국계 증권사의 완승이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59조 원, 영업이익 8조3000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0.14% 줄었다. 영업이익은 18% 급감해 '어닝 쇼크'를 냈다.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2일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을 8조 원 대 중반으로 내려잡았다. 이 회사는 보고서에서 "작년 12월 스마트폰 판매가 급격하게 감소해 부품부문 매출에 악영향을 줬을 것" 이라며 "원화 약세와 특별 상여금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BNP파리바도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8조78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4% 감소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판매 둔화에 따른 관련 핵심 부품의 수요 부족과 가격하락 압박, 급격한 원화 절상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CLSA는 갤럭시S4 판매 둔화와 애플의 강세 등을 근거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9조1000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눈높이를 낮추긴 했으나 9조 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의 전망치 평균은 9조7000억 원. 3개월 전만 해도 10조2600억 원이던 전망치를 내렸으나 외국계보다 5000억 원 이상 많았다.

지난해 7월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2013년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외국계 증권사들보다 긍정적으로 봤다가 낭패를 봤다.

당시 외국계 증권사들은 고가 스마트폰 시장 포화를 이유로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9조 원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10조 원 이상을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은 9조5000억 원으로 집계돼 외국계 증권사의 승리로 끝났다.

국내 증권사들은 작년 3분기에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9조8000억 원으로 전망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10조16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망치라고 하더라도 실제와 차이가 많이 나면 해당 증권사나 담당 연구원 평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면서도 "삼성전자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기 힘든 것이 국내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