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일간지 엘문도는 작년 말 여론조사 결과 스페인 국민 62%가 카를로스 국왕이 왕세자에게 국왕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1년 전 여론 조사에서 45%만 양위에 찬성한 것과 비교하면 17% 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엘문도의 국왕 지지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1.3%만 “호의적인 의견을 갖고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2년 전(76%)과 비교하면 35% 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역대 최저 지지도를 기록했다.
카를로스 국왕은 1975년 프랑코 총통 사후 스페인이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데 큰 역할을 해 국민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러나 카를로스 국왕은 2012년 국민이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가운데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호화 코끼리 사냥 여행을 했다가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령에 잇따른 수술로 인한 건강 문제도 양위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국왕 개인 문제 뿐 아니라 국왕 가족의 부패 추문도 왕실의 권위를 떨어뜨리고있다. 막내딸 크리스티나 공주의 남편인 우르단가린 공작은 동업자와 함께 비영리법인 누스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공금 600만유로(약 90억원)를 빼돌려 쓴 혐의로 스페인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우르단가린 공작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왕실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높은 양위 찬성 여론에도 카를로스 국왕은 지난해 12월24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왕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