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모욕하는듯한 줄거리...개발사 "폄하 의도 없었고, 해당 부분 수정 예정"

일본 게임업체가 만든 모바일 게임에서 허준과 이제마 등 한국의 한의학 위인과 파독(派獨) 간호사를 모욕하는 듯한 줄거리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일본 게임 개발사 코로프라(コロプラ)의 모바일 게임 '퀴즈RPG 마법사와 검은 고양이 위즈'의 줄거리에 이제마가 생체실험을 했다는 설정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아이폰·안드로이드폰용으로 국내 시장에 내놓은 이 게임이 인기를 끌자 한국 시장 한정 카드로 '허준', '이제마', '크랑켄'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가장 처음 등장한 허준 캐릭터는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그려졌고 사용하는 스킬이 '동의보감'이 아니라 독(毒)을 연상시키는 '독의보감'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논란이 있었지만 곧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이어 등장한 이제마 캐릭터는 '군관'으로 등장하는데다 허준과 함께 생체실험을 했다는 줄거리가 소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는 일제시대 일본의 731부대가 '마루타(まるた, 통나무라는 뜻)'라고 불린 한국인 피실험자들을 상대로 저지른 생체실험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이제마는 생체실험을 하다가 양심에 가책을 느껴 떠나고 허준은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뒤를 좇는 설정으로 그려진다.

또 두 사람이 실험을 통해 만든 여성 등장인물인 '간병인 크랑켄' 카드를 계속 성장(진화)시키면 '파독 간호부장 크랑켄슈베스터'라는 이름이 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한국전쟁 이후 나라가 어려울 때 독일로 파견돼 외화를 벌었던 간호사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이름도 인조인간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이용자들은 게임 공략법을 나누는 포털 인터넷 카페 등에서 "생체실험은 일제시대 731부대의 만행인데 이를 교묘하게 한국의 의술인에게 끼워맞췄다", "나라를 위해서 고생한 파독 간호사를 모욕했으며 선정적인 복장의 캐릭터로 만들었다"며 개발사를 비판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직접 개발사에 이메일 등을 보내 항의했다고 밝히기도 하고 개발사의 해명이 있기 전까지는 게임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신사참배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줄거리를 내세워 한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개발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이 회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코로프라는 현재 한국에 지사도 설립하지 않았고 별도의 국내 홍보대행사 등 연락책도 없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게임은 현재 국내 아이폰 게임 부문 매출액 순위에서 30위권, 안드로이드 게임 부문 매출액 순위에서 7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프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이용자에게 사과하고 해당 부분을 수정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 개발사는 이날 오후 게임 내 공지사항을 통해 "허준·이제마·파독 간호사의 이름과 업적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사용된 점에 사죄드린다"며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부분에 대해서 캐릭터 이름과 기술명을 바꿀 예정이지만 새로운 이름을 고안하고 줄거리를 바꾸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양해바란다"며 "앞으로도 새 캐릭터를 설정하면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김태균 기자 comma@yna.co.krkimchibox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