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분신해 숨진 이남종(40)씨의 장례식이 4일 오전 서울역 광장 영결식을 시작으로 오후 광주에서 노제와 하관식 순으로 열렸다.

개신교 의례로 열린 영결식에는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과 시민 등 40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영결식장 양옆에는 고인이 분신 당시 내걸었던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 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 두 장이 걸렸다.

함께 자리한 고인의 형과 동생 상훈·상영씨는 영결식 내내 눈물을 훔쳤다.

상영씨는 유족인사에서 "형을 떠나보내는 슬픈 현실에서도 국민께서 함께 눈물 흘려주셔서 큰 위로가 됐다"며 "형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남아서 해야 할 몫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 댓글사건이 개인적 일탈이라 주장하듯 형님의 죽음도 개인적 일탈인가"라고 묻고 "1인 독주시대를 멈추고 국가기관의 시녀화에 대해 사죄하십시오"라고 촉구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사에서 "이남종 열사가 내건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는 요구는 현재 민주노총의 요구와 다르지 않다"며 "그가 남긴 '두려움은 내가 가져갈테니 부디 일어나라'는 외침을 가슴에 새기고 힘차게 투쟁하자"라고 말했다.

영결식 중 서울역 고가에서는 한 남성이 '국정원 특검실시'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시민들은 "죄송합니다", "평안하세요", "잊지 않을게요"라고 외치며 서울역 광장을 천천히 빠져나가는 운구차를 광장과 도로가 만나는 곳까지 따라 걸었다.

이 과정에서 차를 좀 더 따라가려는 시민과 이를 막는 경찰 간 가벼운 마찰이 있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9개 중대 700여명을 배치했다.

영결식을 마친 운구행렬은 서울을 떠나 오후 4시 30분께 광주 동구 금남로에 도착했다.

금남로에 모인 시민장례위원과 시민들 1천500여 명은 3차로를 좌우로 도열해 대형 영정사진과 고인이 유서에 남긴 구호를 적은 만장을 앞세운 운구행렬은 맞았다.

조사, 조가, 조시 등의 순으로 약 1시간30분 동안 노제를 지낸 장례행렬은 광주 북구 건국동에 위치한 망월공원묘지(일명 망월동 구묘역 민족민주열사묘지)으로 이동해 하관의식을 했다.

고인을 땅에 묻으며 유족들은 시민들에 고마움을 표했고, 함께한 시민들은 '특검실시, 박근혜정권 퇴진' 등을 외치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장례 절차는 국정원 시국회의 등으로 구성된 '고 이남종 민주열사 장례위원회'가 주관했다.

(서울, 광주연합뉴스) 설승은 박철홍 기자 ses@yna.co.kr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