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무너진 증권사 새해 전망
“나쁘지 않은 증시 환경을 감안할 때 2014년 적정 코스피지수는 2250이다.주가 변동성을 감안해도 1950 이하로 내려가기 어렵다.”

한 증권사가 지난달 내놓은 연간 증시전망 리포트다.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상장사 실적이 개선돼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게 이 보고서의 골자다. 자신만만했던 이 전망은 올해 증시 개장 이틀을 버티지 못했다. 실적 부진이라는 ‘내우(內憂)’에 환율 불안이라는 ‘외환(外患)’이 겹친 결과다.

○‘전차군단’ 부진 이어져

3일 코스피지수는 1946.14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21.05포인트(1.07%) 빠졌다. 새해 첫 거래일이었던 2일 44.15포인트(2.20%) 떨어진 데 이어 이틀째 폭락이다. 시가총액으로 계산하면 이틀 새 35조원 이상이 사라졌다.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부터 무너져 내렸다. 삼성전자현대차가 이끄는 ‘전차군단’이 힘을 잃으며 장중 한때 1936.15까지 지수가 빠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장이 열리자마자 바쁘게 주식을 내던졌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액은 전날(3136억원)과 엇비슷한 3214억원에 달했다. 기관도 1257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은 이틀 연속 4000억원 이상을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힘이 부쳤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내림세를 보였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전날 4% 넘게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하락폭이 1%에 달해 129만6000원까지 주가가 내려앉았다. 현대차도 0.22% 하락했다. 장 초반 한때 반등 움직임을 보였지만 ‘마이너스’인 투자심리를 ‘플러스’로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승승장구하던 네이버도 하락률이 3.59%에 달했다. LG전자(-1.34%), 현대모비스(-1.08%) 등도 주가가 1% 이상 빠졌다.

○‘저지선’ 이틀 만에 뚫려

새해 증시가 이틀째 급락하면서 강세장을 예측했던 대다수 증권사들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토러스증권 등은 올해 코스피지수 하단을 1950 이상으로 예측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저지선은 만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무너졌다.

증시가 더 떨어질 경우 1900~1930으로 올해 하한선을 설정한 한화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동양증권, 삼성증권 등도 ‘양치기 소년’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투자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연간 전망 지수밴드가 깨진 증권사의 명칭을 리트윗(지인에게 재전송)하며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새해 증시 폭락의 새로운 저지선으로 1900선을 제시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월이 가기 전에 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1900 초반까지 지수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과 기관 모두 당분간 매도 우위가 예상된다”며 “증시 자금 측면에서는 불리한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1900이 뚫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흔들렸다”며 “오는 7일 실적 잠정치가 발표돼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