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로봇전쟁·순간이동…2040년, 영화가 현실이 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는 2012년 11월 물리학자들이 양자정보를 150m 순간 이동(teleportation)시켰다고 발표했다. 중국과학원 산하 중국과학기술대학 연구진은 같은 해 5월 양자 하나를 97㎞ 떨어진 곳에 순간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며칠 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연구진은 카나리아제도 섬 중 143㎞ 떨어진 라팔마와 테네리페 사이에 양자를 순간 이동시켰다고 밝혀 중국 연구팀의 기록을 8일 만에 갈아치웠다. 영화 ‘스타트랙’에 나오던 순간 이동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사례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노인의 몸으로 태어난 주인공이 시간이 갈수록 젊어진다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런 일도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피부의 조기 노화를 방지하는 줄기세포 기술이 2020년 상용화될 예정이고, 하버드 피부연구소는 쥐의 유전자(DNA)를 변경해 늙은 쥐를 젊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영화 ‘토탈리콜’의 기억조작, ‘터미네이터2’의 액체금속도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책마을] 로봇전쟁·순간이동…2040년, 영화가 현실이 된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와 제롬 글렌, 테드 고든 등 미래학자들이 함께 쓴《유엔미래보고서 2040》은 세계적인 미래학자와 글로벌 미래를 연구하는 국제 비영리기구인 ‘밀레니엄 프로젝트’,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맥킨지 등의 미래 전망을 간추리고 종합한 책이다. 책에 담긴 미래 전망은 메가트렌드의 변화부터 크고 작은 기술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촘촘하다.

책머리에 실린 각종 연구소와 학자들이 내놓은 예측을 2060년까지 연도별로 모아 정리한 미래예측 연대표만 봐도 흥미롭다. 이 연대표에 따르면 내년에 태양광비행기가 세계일주에 성공하고, 220억달러가 들어간 세계 최초의 지속가능·탄소 및 쓰레기 제로의 생태도시 마스다르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착공된다. 2030년에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컴퓨터를 넘어 몸에 이식되는 바이오폰의 시대가 온다. 2035년에는 피크오일이 10년 지나 중동 경제가 급추락하고, 로봇이 전쟁을 치르게 된다.

비극적인 미래도 펼쳐진다. 2017년 선진국의 모든 신문은 사라지고 인쇄를 중단하며, 2020년 석유 위기가 또 한번 세계를 흔든다. 2024년에는 사상 최대의 기후 난민이 생긴다.

2040년을 책 제목으로 삼은 것은 특히 중요한 예측이 이 해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2040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인 아프리카 콩고 정글의 3분의 2가 없어지는 등 지구 온난화가 극심해지고, 대체에너지로서 핵융합에너지가 완성된다. 인도가 중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는 것도 이때다. 또 물질을 자유자재로 구성하는 나노기술인 클레이트로닉스의 개발로 3차원(3D) 프린터에 이어 소비자제품 혁명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

2020년이면 한국에서 추락할 7가지도 관심 가는 대목이다. 인구 감소로 국력이 추락하고, 탄소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 카르빈이 떠오르면서 철강산업이 사라진다는 것. 또 무인자동차와 전기자동차가 보편화되면서 자동차 수출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3D프린터가 보급되면서 제조업과 유통업이 추락한다. 인터넷이 대학을 대체하고, 웨어러블 컴퓨터와 사물 인터넷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저자들은 복잡다기한 미래예측 때문에 혼란스러울 독자들을 위해 향후 10년을 지배할 메가트렌드, 2030년이면 사라질 10가지, 미래의 주요 도전과제 15가지 등으로 미래 세계를 보다 친절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미래전망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닐 테지만 최신 연구 성과를 토대로 미래를 먼저 알고 대비하는 사람이 경쟁력 우위를 갖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저자인 박 대표가 “미래예측이 기업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며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이유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