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본질적 목적은 ‘이윤 추구’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이윤 추구 활동 이외에 문화·예술인을 후원하는 ‘메세나’ 활동을 한다.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 윤리를 실천하고 회사의 이미지도 높이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메세나’ 활동은 주로 각 기업이 설립한 문화재단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경제신문은 갑오년 새해를 맞아 문화·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는 기업 문화재단의 활동을 조명하는 ‘메세나, 이젠 기업의 성장엔진’ 시리즈를 싣는다. 음악, 미술, 학술, 공연 등 각 분야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업 문화재단 인사와 재단의 도움을 받은 문화·예술인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용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부사장(오른쪽)과 피아니스트 김다솔 씨가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 있는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김용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부사장(오른쪽)과 피아니스트 김다솔 씨가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 있는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이 1977년 설립한 금호문화재단이 그 뿌리다. 이 재단은 창립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선욱 손열음(피아노), 권혁주 신현수(바이올린), 이정란(첼로)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주자들이 재단의 후원을 통해 성장했다.

김용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부사장은 아시아나항공 객실부장과 고객만족실 이사, 공항서비스팀 상무를 거쳐 2006년부터 재단을 이끌고 있다. 재단은 지난해 피아니스트 김다솔 씨(26)를 금호아트홀의 첫 ‘상주음악가’로 임명해 연주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 무대에서 주로 활약하던 김씨는 ‘2012년 금호 라이징스타 콘서트’를 계기로 활동 반경을 한국 무대로 넓혔다.

▷김용연 부사장=지난해 ‘상주음악가’로 활동한 소감은 어떻습니까.

▷김다솔 씨=가장 좋았던 것은 제가 연주회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구상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1년 동안 바로크 낭만 현대 재즈 채임버까지 총 6차례 연주회를 했습니다. 한국 청중과 만날 수 있어 연주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유럽에도 ‘상주음악가’ 제도가 있지만 주로 유명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거든요.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젊은 음악인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데요.

▷김 부사장=기업이 문화를 후원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소비자에게 우리 회사가 만드는 상품의 이미지를 더 좋게 할 수 있어요. 한국 클래식 음악 발전에 헌신한다는 이미지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만드는 다른 상품에도 투영된다는 얘기죠. 둘째는 시장 활성화란 측면입니다. 매출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활동의 토양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도 기업의 역할입니다. 사회 구성원의 문화적 소양을 끌어올리는 것도 결국 사회의 소비 여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는 2월 앨런 길버트가 이끄는 뉴욕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협연자로 나서게 되었는데요. 축하합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실 텐데요.

▷김씨=지난해 초 독일에 머무를 때 함부르크에서 뉴욕필 공연이 열렸어요. 비가 내리던 날 뮌헨에서 함부르크로 기차를 타고 가서 지휘자 길버트를 만났습니다. 쇼팽의 발라드 4번을 연주했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재단을 통해 저와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군요. 뉴욕필과 의논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기로 했죠. 재단에서 뉴욕필 내한 공연을 기획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를 잡기 어려웠을 거예요.

▷김 부사장=1년간의 상주음악가 활동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대형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씨=세계 어디를 돌아다녀 봐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처럼 어린 학생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들어주는 곳은 없어요. 재단의 기획과 지원 덕분에 한국의 10대 연주자들은 한 시간 동안 공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거예요.

▷김 부사장=아티스트들의 해외 무대 진출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려고 해요. 영국 런던이나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에 우리 연주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연주자들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부하거나 활동하고 있어 한국으로 불러오는 것도 좋지만 그곳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 부유층이 많은 지역에 대한 조사도 면밀하게 진행하려고 해요. 문화 이벤트를 통해 일본과의 해묵은 감정을 풀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어요.

재단의 최종 목표는 ‘금호아트홀 맨해튼’ ‘금호아트홀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에 금호아트홀을 만드는 것입니다. 공연장만 지어놓고 경영이 되지 않는 곳이 많아 이런 곳을 이용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어요. ‘금호아티스트’라고 이름 붙은 사람들이 세계에서 팔팔 뛰어다녀야 한다는 것이죠.

▷김씨=올해는 일단 내달 뉴욕필 내한공연이 가장 큰 이벤트입니다. 오는 5월에는 금호아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해머클라비어’를 연주할 계획입니다.

■ 메세나(mecenat)

기업의 문화예술 및 스포츠 지원 활동을 일컫는 프랑스어. 예술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로마제국의 정치가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에케나스(Gaius Clinius Maecenas)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1967년 미국 록펠러재단 주도로 발족한 기업예술후원회가 이 용어를 처음 썼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