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1월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3년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삼성 제공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1월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3년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삼성 제공
[2014 대전망-기업 경영전략] 삼성, 바이오사업 등 새 먹거리 집중 투자
“삼성을 먹여살리던 스마트폰과 TV가 점점 커머디티화(생활필수품화)되고 있다. 중공업, 건설, 화학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 그룹을 지탱해주던 전자업종마저 수익 전망이 나빠지고 있어 걱정이다.”

삼성은 2013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무려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등 연간 매출 230조원, 영업이익 37조~38조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올해 전망은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를 먹여살리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서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갤럭시S4는 지난해 2분기 2050만대 팔렸으나 3분기 1450만대, 4분기에는 1000만대 판매에 그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최대 월 300만대나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10월부터 애플의 아이폰5S와 5C가 본격적으로 팔리며 시장을 잠식한 게 주요 원인이다. 아이폰은 4분기에만 5400만대가량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도 아이폰을 취급하기 시작해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레노버, 화웨이 등 중국계 기업들의 공세도 만만찮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순항 속에 잘나가던 삼성의 다른 전자 계열사들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나오면 충격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5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4분기 144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지난해 3분기에 1643억원을 벌어들인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카메라모듈, 회로기판 등 고가부품을 사주던 삼성전자가 갤럭시S4 판매부진으로 주문을 대폭 줄인 탓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자체 수익률 확보를 위해 지난해 3분기부터 부품 구매가도 대폭 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기뿐 아니다. 갤럭시S4에 쓰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9770억원)의 절반 수준인 4000억~5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고 정리와 연구개발 비용 증가로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 하향 조정폭이 애초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며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10조원을 밑돌아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분기까지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건설 부문과 중공업 부문의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삼성석유화학 삼성토탈 등 화학 계열사들의 실적도 초라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삼성전자 사장단의 워크숍도 상당한 위기감과 긴장감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단이 계열별로 조를 이뤄 계열사 간 전략 공조 등 세부 토론을 벌였다”면서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50여일간의 해외 출장을 끝내고 귀국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2일 열리는 신년하례식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하례식 때는 “세계 경제는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며 삼성의 앞길도 순탄치 않아 험난하고 버거운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0월 신경영 20주년 만찬에서는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삼성은 현재 스마트폰의 커머디티화에 대비해 저가에 많은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는 베트남 생산기지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를 독립시킨 데 이어 지난해 삼성SNS를 삼성SDS에 흡수합병하고 삼성코닝은 코닝에 매각하는 등 전자 계열사의 사업 구조조정도 계속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외 바이오·의료기기 및 전기차 산업 등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다시 6000억원을 증자키로 하는 등 신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