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옛 한라건설)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과 계열사 지분 매각에 나섰다.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관심을 모은 서울 가산동의 복합몰 '한라하이힐' 매각은 가격협상 난항으로 지연되고 있다. 계열사 만도 투자자들 사이에선 한라가 만도 지분으로 유동성을 충당하자 '대주주 리스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라, 하이힐 매각 삐걱 … 계열사 만도도 수난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라는 한라하이힐 인수 협상 대상자인 싱가포르 부동산투자회사 호리그룹과의 협상 시한을 이번주로 종료한다. 오는 26일로 한라하이힐 프로젝트(PF) 파이낸싱 대출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한라는 만기일을 3개월 연장한 상태다. 호리그룹과 협상이 결렬될 경우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찾을 계획이다.

한라 관계자는 "사업성은 양호하나 건설업황 침체로 가격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며 "3개월 안에 매각건을 결론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늦어도 지난 11월 말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올 상반기 거셌던 유동성 위기론이 잦아들고 한라가 무조건 매각보다 몸값 높이기에 주력하면서 매각이 지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일 NICE신용평가는 한라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강등했다. 과도한 차입금과 PF 우발 채무 부담 등이 배경이 됐다. 9월 말 기준 한라의 부채비율은 210%.

한라의 재무 리스크로 자동차부품 계열사인 만도도 울상이다. 지난 17일 한라는 687억 원에 달하는 만도 지분 2.9%를 처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통상임금 이슈까지 터져 만도 주가는 닷새간 11.5% 빠졌다. 만도 지분 추가 매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룹 내 자금조달 부담이 큰 상황에서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만큼 한라 자금 상황이 빡빡해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도는 지난 4월 한라 유상증자 참여 발표 이후 연중 최처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한라는 계열사 지원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했다. 한라 관계자는 "만도 지분 매각안은 지난 상반기 마련한 자구책 안에 들어있었다" 며 "시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