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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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되찾고 싶어요.” 지난달 20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KBS2TV 월화 드라마 ‘예쁜 남자’에 등장하는 장근석의 모습에선 자못 비장감이 감돈다. 지난해 초 방영된 KBS2 드라마 ‘사랑비’ 이후 1년반 만에 시청자들과 만나는 터라 무엇보다 국내에서 배우로 좀 더 굳건히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바람이 크다.

“국내 활동에 많이 목말라 있었던 것 같아요.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좋은 결과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나라에서 자존심을 되찾고 싶다고나 할까요. 하하.”

아이유랑 내랑 둘 중에 누가 더 이쁘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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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드라마 ‘미남이시네요’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그는 ‘근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한류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해외에 비해 국내 활동이 미진했던 데 대한 아쉬움을 늘 안고 있었다. 그래서 선뜻 선택한 작품이 바로 ‘예쁜 남자’다. 만화가 천계영의 인기 원작을 각색한 이 작품은 아름다운 외모만이 전부였던 남자 독고마테가 10명의 성공한 여성들을 만나면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원작 만화를 보고 재기발랄한 모습이 돋보이는 가장 ‘장근석스러운 캐릭터’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도전하는 걸 무척 즐기는 편인데 10명의 여성들을 만나면서 10가지 캐릭터를 내 안에서 끄집어낼 수 있다는 데서 큰 감동이 느껴졌죠.”

장근석이 밝히는 국내 드라마 컴백의 이유다. 일본 첫 도쿄돔 공연에서 4만5000여석을 매진시키고 외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데뷔 싱글 발매 첫 주에 오리콘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한류스타로 괄목할 만한 기록을 세웠지만 사실 그간 남들에게는 말 못할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목표에 너무 빨리 도달해서인지 새로운 꿈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제는 또 어디를 향해 달려가야 하나’란 생각에 두렵고 혼란스러웠죠. 저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도 나오고, 주위에선 대단한 성과라는 얘기도 많이 해줬지만 그런 말이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시간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게 한 것은 무엇이든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드라마 촬영에 앞서 최근 직접 제작한 ‘직진 라디오’로 청취자들과 소통을 시도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고 있어요. 장근석이란 사람이 사실 그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글이나 거침없는 발언으로 많은 오해를 낳기도 했는데, 장난치기 좋아하는 철부지의 모습을 좀 걸러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거든요. 텍스트로 전해지는 느낌보다 라디오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 속에 내 목소리를 담으면서 나를 돌이켜 보고, 팬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라디오를 진행하는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이제 달력 한 장을 넘기면 스물여덟을 맞는 그의 마음 한편에는 현실에 안주하며 꿈이 점점 작아지는 데 대한 두려움도 존재한다. 그래서 항상 목표와 일상적 행복감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는 과제다.

“일상의 작은 행복에 기뻐하고 만족하는 건 중요하지만 목표나 꿈이 작아지는 건 나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스물여덟엔 지금까지 꿈꿔왔던 어떤 것보다 더 큰 목표를 마음속에 품고 가장 작은 행복이라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장서윤 텐아시아 기자 ciel@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