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최문기 미래부 장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윤창번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미래부가 만든 이 법안을 거의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논란이 됐던 제조사의 보조금 자료 제출과 보조금 상한제 등 두 조항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단말기 유통법은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과다 보조금 사라질까
단말기 유통법의 핵심 중 하나는 지역·시간별로 들쭉날쭉했던 스마트폰 보조금을 모두에 똑같이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통신사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업체의 보조금(통신사에 주는 판매장려금)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면 통신사이건 제조사이건 정부가 정한 상한선을 넘겨 보조금을 지급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처럼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대당 27만원)을 넘겨 60만~70만원씩 보조금을 주는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란 얘기다. 특히 해외 매출이 국내보다 월등히 많은 삼성전자는 국내 보조금을 크게 줄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보조금 규모가 공개되면 해외 통신사들로부터 ‘우리도 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앞으로 ‘하이마트발 갤럭시S4 17만원’ 같은 행사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스마트폰 값 싸질까, 비싸질까
법안 통과 후 소비자가 구입하는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일부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특정 시간에 갤럭시S4에 많게는 60만원 수준의 보조금이 붙는다. 그만큼 싸게 판다는 뜻이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행사’는 불가능하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특정 지역별로 지급하던 장려금은 하루 몇십억원 수준이면 해결됐지만 이를 전국 모든 매장에 똑같이 지급하게 되면 천문학적인 마케팅비가 들 것”이라며 “그 정도 마케팅비를 쏟아부으면서까지 무리하게 장려금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전국 매장에 똑같은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보조금의 판촉 효과가 사라져 제조사·통신사가 보조금 총액을 줄일 수도 있다. 보조금이 줄면 스마트폰 가격은 올라간다.
하지만 제조사들이 보조금을 줄인 만큼 스마트폰 출고가를 내려 궁극적으론 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보조금 축소로 판매가 위축되면 어쩔 수 없이 출고가를 내릴 것이란 지적이다. 올 상반기 방통위가 보조금 규제를 강화했을 때 제조사들은 일부 중저가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10만원 정도 내렸었다. ◆통신시장에 대한 삼성 파워는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와의 역학관계가 변할 수도 있다. 삼성의 국내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통신3사 위에 있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3 갤럭시S4 등 인기 모델의 통신사별 출고량과 판매장려금에 차등을 두는 방법으로 통신3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삼성이 특정 기간 특정 통신사에 판매장려금을 몰아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보조금 액수가 균등해야 하고, 이를 공시해야 하는 단말기 유통법이 통과되면 이것이 불가능해진다. 통신사들이 단말기 유통법에 찬성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보조금 마케팅을 이용해 통신사를 좌지우지하고, 국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해왔지만 앞으론 다른 전략을 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