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 묶인 화물열차 > 전국철도노동조합 총파업이 8일째 이어지면서 탄광지역인 태백에서 전국 연탄공장 등으로 공급되던 무연탄 수송에 차질이 생겼다. 태백시 철암역에 무연탄 수송용 화물열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 발 묶인 화물열차 > 전국철도노동조합 총파업이 8일째 이어지면서 탄광지역인 태백에서 전국 연탄공장 등으로 공급되던 무연탄 수송에 차질이 생겼다. 태백시 철암역에 무연탄 수송용 화물열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철도 이용 시민들의 안전과 화물 운송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파업 8일째인 16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비축분으로 근근이 버텨오던 시멘트 공장이 줄줄이 가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오는 20일이면 시멘트 제조 연료인 유연탄 등의 재고 물량이 바닥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에는 대체인력이 운행하던 열차에서 인명사고가 처음 발생했다. 이번 철도 파업이 17일까지 이어지면 역대 최장이었던 2009년의 8일(11월26일~12월3일)을 넘어 선다.

○20일 이후엔 유연탄 재고 바닥

인천 남항 석탄부두에서 강원 영월, 동해 등을 오가던 유연탄 철도 운송길이 8일째 막혔다.

이에 따라 강원 영월과 충북 단양에 시멘트 공장을 운영 중인 현대시멘트는 하루 20여대의 화물차로 비축분 500t가량의 유연탄을 영월공장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하루 영월공장에 필요한 1000t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시멘트 재고 물량은 3000t가량이어서 육로 유입량 하루 500t 정도를 감안하면 2~3일 이내에 재고가 바닥날 전망이다. 시멘트 제조 연료인 유연탄과 보조연료인 벙커C유 비축분이 소진되면 영월공장은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서울 인근 오봉역 등으로 운송하던 냉연코일도 하루 2100t에서 740t으로 줄었다.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는 철도수송분을 육송으로 대체하고 있으나 하루 200t가량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체인력 투입 열차에서 인명사고

파업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우려했던 인명사고가 터졌다. 15일 오후 9시께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승객 김모씨(84·여)가 내리던 중 전동차가 출발해 스크린도어 등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나 닫히는 문틈에 피해자 옷이 끼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열차의 출입문 개폐 조작을 담당한 차장은 파업으로 대체 투입된 한국교통대 철도대학 1학년으로 확인됐다. 파업 이후 투입한 대체인력(6035명) 가운데 철도대학생은 283명이다. 철도대학은 이들을 모두 철수키로 했다.

철도노조는 “대학생을 차장으로 투입한 것은 운행률만 높이기 위한 졸속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코레일 측은 “대체인력에 충분한 교육을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어서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맞섰다.

○여객열차 감축…시민 불편 본격화

이날부터 서울지하철 1·3·4호선이 감축 운행에 들어갔다. 출근 시간대에는 정상 운영했지만 이외의 시간에는 8.4% 감축해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18일부터는 서울메트로 제1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가 공동 파업을 예고해 혼잡이 가중될 전망이다. 수도권과 춘천을 잇는 ITX 청춘열차는 운행률이 정상 운행 대비 18%로 급감했다.

철도 운행 감축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학원생 한가람 씨(25)는 “민영화를 막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파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중견기업 간부 김모씨(43)는 “유럽 사례에서 보듯 민영화는 교통비 증가를 초래해 서민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파업보다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임호범/김태호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