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강회장은 의사결정 과정에 빠져 있었다" 강력 반발

산업은행 등 STX그룹 채권단이 강덕수 STX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STX측이 사업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으로 조성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4일 "STX중공업이 2012년 7월 군인공제회 앞으로 연대보증을 제공하는 바람에 채권단이 STX중공업에 550억원 수준의 신규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엄청난 손실을 입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 책임자는 이찬우 전 STX중공업 대표이지만 강 회장이 실질적으로 의사 결정했는지를 검찰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며 "두 사람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STX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보증은 포스텍과 오릭스, 투자자 A씨가 2009년 12월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괌 이전공사와 관련된 노동자 임시숙소 건설 및 임대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뤄졌다.

STX건설은 이 공사의 시공사로 참여했는데, 유넥스글로벌(Younex Global)은 2010년 1월 사업비에 충당하고자 STX건설의 연대보증 및 유넥스엔터프라이즈(Younex Enterprise)의 토지담보 제공을 조건으로 군인공제회로부터 브릿지론 1천억원을 차입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2010년 5월 금융위기에 따른 재정 압박과 일본의 정치·경제적 불안을 이유로 미군기지 이전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STX건설은 2012년 7월 브릿지론 1천억원의 만기가 도래하자 군인공제회의 요구에 따라 STX건설이 보증채무자로서 대출금의 일부인 300억원을 상환하는 한편 STX중공업의 추가 연대를 제공해 만기를 연장했다.

이후 대규모 적자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던 STX건설은 지난 4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군인공제회의 상환 요청에 따라 STX중공업은 지난 7월 원금 150억원과 이자 36억원을 갚았다.

하지만 STX의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은 앞으로 잔여 대출금 550억원을 올해 말까지 군인공제회에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미군기지 이전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군인공제회 차입금을 제대로 사용했는지에 대해 STX는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등 거래에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STX측은 군인공제회 차입금을 괌 현지의 토지매입비(696억원)와 공사비(450억원)에 투입했다고 주장하지만 채권단은 지난 10월 현장 답사 결과 공사비 투입 적정성에 상당한 의문점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TX측은 유넥스엔터프라이즈를 앞세워 괌 현지의 사업부지를 유넥스엔터프라이즈의 참여주주인 A씨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STX측이 괌 부지 매매대금을 과다책정한 뒤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다.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STX건설의 지분은 강 회장(62.2%)과 포스텍(37.8%)이 갖고 있으며 포스텍의 대주주는 강 회장(지분율 70%)이다.

강 회장은 당시 STX중공업의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었다.

이에 대해 STX 관계자는 "강 회장은 당시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아 의사결정 과정에서 빠져 있었다"며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STX는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유넥스글로벌이 차입금을 유넥스엔터프라이즈에 투입한 것으로, 보증을 선 STX건설과 STX중공업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받은 돈이 없는데 비자금을 어떻게 조성하느냐"고 해명했다.

STX는 STX중공업의 STX건설에 대한 연대보증도 합리적인 경영상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가 지분 관계는 없지만 한 그룹 내 계열사로, 이라크 발전플랜트 건설을 공동으로 벌이고 있고, 북평 화력발전소 건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공사 발주 프로젝트에도 공동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등 꾸준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의사결정 당시인 지난해 7월엔 STX건설의 재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채무를 갚을 능력이 있었다는 게 STX의 설명이다.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STX건설은 순자산이 650억원, 수주잔고가 2조1천억원에 달했고 기업어음 등급도 'A3-'였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