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기대감, 레퍼토리·해외 교류 등 확대될듯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46) 씨가 3일 국립발레단의 새 예술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무용계뿐 아니라 공연계 안팎에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국립발레단장 자리에 강씨를 염두에 뒀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만큼 강씨는 한국 발레계에서 독보적인 대중성과 예술성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1985년 동양인 최초로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1986년 만 18세의 나이로 동양인 최초이자 발레단 역대 최연소로 독일 슈투르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해 현재까지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9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에 선정됐고 2007년 최고 장인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독일 '캄머탠저린'(궁정무용가) 칭호를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그는 크게 사랑받는 스타다.

엄청난 양의 연습과 인내를 짐작하게 하는 그의 '못생긴 발' 사진은 특별히 발레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유명 사진이다.

그는 예술감독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무용수로 더 활동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고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발레리나 은퇴 시점을 한참 넘긴 나이임에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무대 위에 올랐다.

지난 10월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세계 초연 작품에 도전하며 대중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한국 발레 발전을 위해 언젠가는 반드시 헌신하겠다'는 의사도 늘 밝혀왔다.

정부는 오는 31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최태지 현 국립발레단장의 후임으로 강씨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고, 그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27년 만의 귀국행이 결정됐다.

정부와 예술계는 강씨가 국립발레단, 나아가 한국 발레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럽 무대에서 최정상급 무용수로 활약한 그의 경험을 국내 발레계가 흡수할 좋은 기회라는 평가다.

최태지 현 국립발레단장은 "국립발레단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럽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만큼 좋은 레퍼토리를 한국에 많이 소개해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무용 평론가 장광렬 씨는 "유럽 정상급 발레단에서 30년 가까이 쌓은 폭넓은 인맥과 레퍼토리, 예술가로서의 감각 등은 국립발레단의 질적 향상을 크게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10대 이후 해외에서 주로 활동한 만큼 국내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무용계 파벌과 인맥 등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그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 활동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중순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발이 뭉개질 만큼의 혹독한 연습을 거쳐 우아하게 날갯짓하는 그에게 한국팬들이 붙여준 별명은 '강철나비'. 국립발레단이 그와 함께 어떤 도약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