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나 지하철역을 지나다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간판이 있다. 바로 ‘복권 명당’이란 글귀다. 복권 판매처들은 저마다 ‘1등 당첨자 최다 배출’을 걸어놓고 소비자를 유인한다. ‘온라인판 복권 명당’도 있다.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당첨번호를 알려준다고 광고하는 이런 회사들은 흔히 전에 나왔던 당첨 번호를 분석해 각 숫자의 출현 빈도를 구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번호를 생성한다.

하지만 이런 복권 명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다. 복권은 과거 당첨 번호가 다음번 당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572회 로또와 573회 로또는 개별적인 독립사건이기 때문이다. 주사위를 던져 세 번 연속으로 숫자 5가 나왔다고 해서 네 번째에도 숫자 5가 나올 확률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이때도 5가 나올 확률은 여전히 6분의 1일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권 명당이 사람들에게 먹혀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 이후에 발생하는 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가위바위보를 하다보면 앞에서 일어난 게임 결과에 따라 다음에 무엇을 낼지 심리적으로 고심할 때가 많다. 야구경기에서도 전 타석에서 안타를 친 선수가 다음 타석에서도 안타를 칠 확률이 높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심리도 영향을 끼친다. 복권에 명당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심리적 안정을 위해 그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