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복권 당첨자 70%가 평균수명 못채우고 '하늘로'
영화 말미, 가족이 없는 줄만 알았던 비운의 복권 당첨자 네드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툴리모어에 사는 매기 오툴(수잔 린치 분)의 아들 마우리스다. 하지만 그녀에겐 연인 피그 핀(제임스 네스빗 분)이 있었고 피그는 마우리스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매기는 차마 핀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때문에 매기는 네드가 엄청난 금액의 복권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출생의 비밀’(→막장 드라마의필수 조건)을 재키에게만 넌지시 얘기할 뿐 마을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복권 당첨금을 마을 사람들과 똑같이 나누는 데 동의한다.

재키는 “당신이 당첨금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매기는 오히려 “마우리스와 나는 돈이 없어도 잘살 수 있다. 하지만 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아들에게 돈 대신 아버지를 주기로 선택한 것이다. 매기는 ‘복권 당첨=행복’이라는 공식이 늘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10여년 전 미국 유명 잡지인 ‘유에스뉴스앤드 월드리포트’에선 지난 수십년간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을 추적해 그들의 삶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이 잡지는 당첨자의 4분의 3이 평균 수명을 채우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단명한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마약이었다. 주체할 수 없는 돈을 소유하게 된 뒤 방탕한 생활을 하다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간에 출근해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삶의 활력이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