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연평도에서 '추모 마라톤'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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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편집국 국장대우 haky@hankyung.com
매년 9월11일 아침, 뉴욕의 브루클린과 맨해튼섬을 연결하는 배터리터널 입구에는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이 몰려든다. ‘그라운드 제로(‘9·11 테러’로 사라진 트레이드타워 터)’까지 5㎞ 코스를 달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9·11 테러’ 당시 트레이드타워 입주자들을 구조하다 순직한 뉴욕소방청의 스티븐 실러 소방관을 추모하는 행사다.
사고 당일 비번(非番)이었던 그는 트레이드타워가 테러범에 납치된 항공기에 들이받혀 화염에 휩싸였다는 긴급 뉴스를 들었다. 가족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즉각 소방장비를 챙겨 사고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사고로 인해 배터리터널 통행이 차단되자, 75파운드(약 34㎏)에 이르는 장비를 둘러메고 트레이드타워까지 달려갔다. 다섯 아이의 아버지였던 실러는 끝내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사고현장을 수습하다 목숨을 잃은 343명의 소방관 가운데 한 명이 됐다.
뉴욕소방관 충혼 기리는 마라톤
사고 1주기인 2002년 9월11일 시작된 ‘스티븐 실러 추모 마라톤대회’에는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의 모든 생도들도 군장차림으로 매년 참가한다. 애국과 조국수호의 충혼(忠魂)을 키우는 데 더없는 ‘살아 있는 교육’이라는 판단에서다. 주요 정치인과 공무원, 종교 성직자, 연예인 등 ‘공인’들도 대거 참여한다. 3주 전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3’ 마지막 날 특별세션에서 팀 트레이노어 웨스트포인트 학장이 들려준 얘기다.
그가 전한 실러 소방관 이야기는 듣는 이들을 전율하게 했다. 그 감동이 여전한 요즘, 연평도 포격사건과 천안함 폭침의 배경·전말을 놓고 새삼 벌어진 소란이 더욱 씁쓸하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벌어진 북한의 도발에 대해 ‘남측의 유발 책임론’을 언급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축복과 평화가 아니라, 저주와 증오의 사제가 된 그들의 주장을 거론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발언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걸 일깨워줬다. 조국의 해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뜻을 새기고 이어받기 위한 행사를 격전이 벌어졌던 현장에서 제대로 하는 게 어떨까.
'한주호 추모 다이빙대회'도 해야
3년 전인 2010년 11월23일 오후, 북한군이 NLL 최북단 지역의 연평도에 가한 기습포격에 맞서다가 두 명의 군인(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순국하고 16명의 병사가 중경상을 입었다. 두 명의 민간인(김치백 배복철 씨)도 목숨을 잃었고, 각종 시설과 가옥이 파괴됐다. 연평도의 유일한 천주교회인 연평도 성당도 본당 건물과 사제관이 유탄으로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신자들은 한동안 인천 신흥동의 찜질방에서 미사를 드려야 했다.
같은 해 3월에는 대한민국 해군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폭침당하는 참변을 겪었고, 해군UDT부대의 한주호 준위는 한 명의 동료라도 더 구출하기 위해 차갑고 칠흑같이 어두운 바닷속을 잠수하다 순국했다.
이들 호국장병의 숭고한 희생을 두고두고 기릴 수 있도록 연평도의 격전지를 코스로 만들어 추모마라톤을 하고, 천안함 사고해역에서 ‘한주호 추모 스쿠버다이빙대회’를 했으면 한다. 천주교 사제들이 특별한 의미를 새길 수 있도록 포격 피해를 당했던 연평도 성당을 마라톤코스에 넣으면 더욱 좋겠다.
이학영 편집국 국장대우 haky@hankyung.com
사고 당일 비번(非番)이었던 그는 트레이드타워가 테러범에 납치된 항공기에 들이받혀 화염에 휩싸였다는 긴급 뉴스를 들었다. 가족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즉각 소방장비를 챙겨 사고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사고로 인해 배터리터널 통행이 차단되자, 75파운드(약 34㎏)에 이르는 장비를 둘러메고 트레이드타워까지 달려갔다. 다섯 아이의 아버지였던 실러는 끝내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사고현장을 수습하다 목숨을 잃은 343명의 소방관 가운데 한 명이 됐다.
뉴욕소방관 충혼 기리는 마라톤
사고 1주기인 2002년 9월11일 시작된 ‘스티븐 실러 추모 마라톤대회’에는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의 모든 생도들도 군장차림으로 매년 참가한다. 애국과 조국수호의 충혼(忠魂)을 키우는 데 더없는 ‘살아 있는 교육’이라는 판단에서다. 주요 정치인과 공무원, 종교 성직자, 연예인 등 ‘공인’들도 대거 참여한다. 3주 전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3’ 마지막 날 특별세션에서 팀 트레이노어 웨스트포인트 학장이 들려준 얘기다.
그가 전한 실러 소방관 이야기는 듣는 이들을 전율하게 했다. 그 감동이 여전한 요즘, 연평도 포격사건과 천안함 폭침의 배경·전말을 놓고 새삼 벌어진 소란이 더욱 씁쓸하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벌어진 북한의 도발에 대해 ‘남측의 유발 책임론’을 언급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축복과 평화가 아니라, 저주와 증오의 사제가 된 그들의 주장을 거론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발언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걸 일깨워줬다. 조국의 해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뜻을 새기고 이어받기 위한 행사를 격전이 벌어졌던 현장에서 제대로 하는 게 어떨까.
'한주호 추모 다이빙대회'도 해야
3년 전인 2010년 11월23일 오후, 북한군이 NLL 최북단 지역의 연평도에 가한 기습포격에 맞서다가 두 명의 군인(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순국하고 16명의 병사가 중경상을 입었다. 두 명의 민간인(김치백 배복철 씨)도 목숨을 잃었고, 각종 시설과 가옥이 파괴됐다. 연평도의 유일한 천주교회인 연평도 성당도 본당 건물과 사제관이 유탄으로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신자들은 한동안 인천 신흥동의 찜질방에서 미사를 드려야 했다.
같은 해 3월에는 대한민국 해군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폭침당하는 참변을 겪었고, 해군UDT부대의 한주호 준위는 한 명의 동료라도 더 구출하기 위해 차갑고 칠흑같이 어두운 바닷속을 잠수하다 순국했다.
이들 호국장병의 숭고한 희생을 두고두고 기릴 수 있도록 연평도의 격전지를 코스로 만들어 추모마라톤을 하고, 천안함 사고해역에서 ‘한주호 추모 스쿠버다이빙대회’를 했으면 한다. 천주교 사제들이 특별한 의미를 새길 수 있도록 포격 피해를 당했던 연평도 성당을 마라톤코스에 넣으면 더욱 좋겠다.
이학영 편집국 국장대우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