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다산기술상] 대상 김우한 제일모직 수석연구원…'LED 칩 보호막' 실리콘 봉지재 양산기술 개발
올해 22회째를 맞은 다산기술상 대상의 영예는 김우한 제일모직 수석연구원(사진)에게 돌아갔다. 김 수석연구원은 발광다이오드(LED)에 쓰이는 실리콘 보호재(봉지재)의 합성 및 양산화 기술을 독자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유기물 충전제(오가닉 필러)를 적용한 제품을 상용화한 점 등을 높게 평가받았다. 서울대 공학박사 출신인 김 수석연구원은 미국 컬럼비아대 연수과정을 거쳐 2010년부터 제일모직 전자재료사업부 개발팀에서 근무하며 실리콘 봉지재 기술 개발을 통해 해외에 의존해온 소재의 국산화에 공헌했다.

◆실리콘 봉지재 국산화 성공

실리콘 봉지재는 LED 패키지에서 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소재다. LED 봉지재는 칩을 보호하기 위해 강도가 높아야 하면서도 주변 소재와 칩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유연한 성질도 함께 필요한 까다로운 제품이다. 실리콘은 이처럼 상반되는 두 가지 성질을 만족하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때문에 실리콘 봉지재의 산업적 가치도 매우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소재업계에선 고강성과 유연성이라는 상반되는 두 성질의 최적점을 구현하는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 실리콘 봉지재는 해외 기업이 독점하던 시장이었다.

실리콘 봉지재는 각각의 고분자가 가지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봉지재로서의 물성 구현이 제한돼 있었다. 김 수석연구원은 제일모직에 입사한 2010년부터 이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거듭해 실리콘 고분자 자체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봉지재로서의 물성 구현이 가능한 독자 구조 개발에 성공했다. 이 독자 구조는 기존 실리콘 고분자에서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고분자 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외부 오염원으로부터 칩을 보호하는 기능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 구조를 적용한 봉지재는 황화수소가스 투과를 이용한 신뢰성 평가에서 기존 실리콘 고분자를 적용한 봉지재 대비 15% 개선된 결과를 얻었다.

제일모직이 독자 개발한 실리콘 봉지재(위쪽)가 사용된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실리콘 봉지재는 LED 패키지에서 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제일모직 제공
제일모직이 독자 개발한 실리콘 봉지재(위쪽)가 사용된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실리콘 봉지재는 LED 패키지에서 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제일모직 제공
김 수석연구원은 실리콘 합성 양산 안정화에도 기여했다. 실리콘 고분자의 양산화는 국내 업체들이 수년간 시도해왔으나 합성법, 반응성 조절 등에 문제를 겪으며 실패를 거듭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설비 설계 단계에서부터 직접 생산현장을 오가며 양산 설비 시스템에서의 재현성과 반응성 조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했다. 그 결과 제일모직은 양산 설비 증설 8개월 만에 양산 안정화에 성공했다.

제일모직은 실리콘 봉지재 합성 및 양산화 기술 확보를 통해 제품을 선보인 첫해부터 LED 패키지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와 서울반도체에 제품을 성공적으로 공급해 봉지재 사업의 매출 성장 기반을 다졌다. 이후 적극적인 해외 판로 개척으로 가장 많은 LED 패키지 업체가 있는 중국과 대만에 진출했고, 연간 매출의 72%를 수출로 달성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LED 선진 시장에서도 제일모직 실리콘 봉지재 제품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며 글로벌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유기물 충전제 적용으로 수율 개선

실리콘 봉지재는 백색광을 구현하기 위해 형광체와 혼합, 분산해 사용하고 있는데 화학적 구조와 물리적 성질의 차이로 광(光) 구현 효율을 높이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김 수석연구원은 형광체와 실리콘 고분자 간의 분산성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통해 유기 관능기 및 측쇄 구조 도입 등을 시도해 안정성을 개선하는 변성실리콘인 유기물 충전제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제일모직은 실리콘 봉지재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유기물 충전제를 적용한 봉지재를 개발하고 LED 패키지 공정 수율을 30%가량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제일모직은 실리콘 봉지재 제품 출시 첫해인 올해 매출 150억원에서 2016년 7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며 수출 비중은 93%까지 높여 실리콘 소재의 국산화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수석연구원은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제품화 과정에도 집중해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싶다”며 “신기술 개발에 매진해 국산 소재 기술의 위상을 높이는 게 꿈”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