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34편. 타인의 경고





금융투자협회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리처드 돕스 (Richard Dobbs)’ 소장은 “한국형 골드만삭스가 서울에서 탄생하는 꿈은 빨리 깨는 게 좋겠다.”라며 대놓고 쓴 소리를 날리고 돌아갔다.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일명 자통법)이 시행될 때만해도 증권사들의 업무영역 확대 등 시장 친화적 제도들로 인해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같은 수준의 국내증권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몇 해가 지난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와 시장리더들의 실천력 부족으로 자통법의 입법취지는 퇴색된 지 오래다.





돕스 소장이 한국금융시장에 던진 돌직구성 발언은 멍하니 있다가 이단옆차기를 가슴에 맞은 것처럼 멍멍한 느낌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알지만 애써 감추고 싶었던 치부였지만 정작 타인에 의해서 드러내지자 관계된 국내금융종사자들은 반박의 논리마저 찾지 못하고 큰 실망에 빠진 모습이 역력하다.





그의 논리는 분명하고 명쾌하다. 서울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겠다고 하지만, 뉴욕이나 홍콩 도쿄에 비해 금융역사가 짧고, 경제규모가 우선 작아서 애써봤자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금융서비스 산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갈수록 한국경제는 제조업 성공에만 안주하고 있고 금융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멀어져가고 있다. 실제로 금융 투자시장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만 하더라도 3년 만에 최저수준(14조원 남짓)에 이르고, 공모 펀드 판매 잔고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말 60% 이하(57% 대)로 떨어진 이래 회복의 기미가 없다.





스스로 변화하지 못할 때 타인의 경고는 차갑고 냉정하다. 돕스 소장의 경고를 한국금융업계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주식과 펀드를 무조건 투기상품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변하지 않은 금융기관의 이기적 영업형태, 그리고 관료들의 무사 안일한 행정으로 금융 산업 특히 펀드관련 산업은 고사 직전이다. 그나마 들어와 있던 해외금융기관조차 한국 시장에서 하나둘 짐을 싸서 자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켜보고 있어야할지 걱정이다. 한국이 꿈꾸는 금융허브의 꿈은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금융기관과 정책당국이 건설적으로 변해야 하는 문제는 또 다른 기회에 논하기로 하고 사회전반과 투자자들의 인식 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주식을 비롯한 투자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왜곡된 시각만이라도 바꿀 특단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에 상장되어 있는 주식 수가 약 2,000여개, 시판되고 있는 펀드 수만도 약 10,000개 달한다. 이 많은 주식과 펀드들은 각자의 색깔과 본질적 가치를 가지고 투자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위험천만한 것도 아니고, 모두가 안전한 것만도 아니다. 투자시장은 위험을 즐기는 투기꾼들만 들끓는 곳도 아니고, 큰돈을 가진 사람들만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지도 않다.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다. 자신의 위험 감내 정도와 투자목표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한국경제하에서 부의 증식을 위해서는 투자가 불가피하다. 누군들 손실위험과 잦은 매매로 신경이 쓰이는 투자가 좋겠는가? 자신이 가진 자산의 일부를 현금성 투자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시대에 당연한 선택이다.





투자 상품에 대한 몰이해(沒理解)는 우리가 금융허브로 가는 첫 번째 극복 과제다. 한번 뜬 비행기는 뒤로 날지 못한다. 투자의 시대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꽁꽁 얼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온기를 불어 넣어줄 시장리더들의 희생적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TV 핫뉴스
ㆍ법륜스님 "朴대통령 사과해야"‥아베총리에 비유
ㆍ롤점검 06시부터 13시까지‥`아리· 나서스` 스킨 나오나?
ㆍ열심히 운동해도 살이 안빠지는 이유.. 이것때문?
ㆍ유인영 `기황후` 출연, 남장여자에도 숨길 수 없는 미모
ㆍ[뉴욕마감] 거래량 부진 속 나스닥 4000선 돌파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