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조웅래 회장, 계족산 황톳길따라 맨발 걷기…건강 찾고 지역민 마음도 얻어
소주 업체인 맥키스(옛 선양)의 조웅래 회장(53·사진)은 지난 25일 ‘뜻밖의’ 상을 탔다. 한국전통시장학회가 올해 처음 만든 ‘창조경제대상’을 받은 것이다.

수상 배경은 간단하다. 그가 대전 계족산에 황톳길을 만든 뒤, 인근 전통시장이 활기를 띠었기 때문이다. 2006년 계족산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을 조성한 뒤 맨발 걷기대회와 맨발 마라톤대회, 주말 음악회 등을 열어 매주 4만명의 관광객을 이 지역으로 끌어들였다. 자연스럽게 계족산 인근 중앙시장에 손님의 발길이 늘었고 황톳길을 안내하는 여행상품도 만들어졌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맨발 산행’ 전도사가 됐다. 대구에서 휴대폰 컬러링 업체를 운영하다 2004년 충남 향토기업인 선양을 인수한 조 회장은 2006년 계족산에서 동창 산행 모임을 했다. 여자 동창생 두 명이 굽 높은 구두를 신고 고생하는 것을 보고 운동화를 벗어준 게 계기였다.

산길을 맨발로 걷자 발바닥 자극으로 온몸에 열이 퍼지는 느낌이 들었고 이후 사나흘간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조 회장은 곧장 황토를 사다가 계족산 14.5㎞ 숲길에 깔았다. 그때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맨발 산행을 권했다. 맨발 마라톤대회와 맨발 걷기대회, 숲속 음악회를 주최했다. 한 해 비용만 5억~6억원 정도 들어갔다.

입소문이 나면서 회사 이미지가 좋아졌다. 8년간 지속적으로 행사를 열면서 지역민 사이에 ‘이왕이면 좋은 일을 하는 향토회사 제품을 마셔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맥키스가 만든 소주 ‘오투린’은 이제 대전 지역민의 70%가 마시는 브랜드가 됐다.

그는 “처음에는 사업과 무관하게 맨발 걷기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매출 증대를 가져오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지역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됐다는 측면에서 ‘공유가치 창출(CSV) 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과일주스, 탄산음료 등과 섞어 마시는 믹싱주(보드카·럼·진처럼 칵테일 베이스로 쓰이는 술) ‘맥키스’를 선보였다. 그가 6년간 공들인 제품이다.

조 회장은 “양주와 소주, 맥주 등을 섞어 먹는 과격한 술문화보다 이제는 자기의 취향에 맞게 적당히 제조해 마시는 품위 있는 술문화가 정작됐으면 한다”며 “맥키스 출시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형태의 공유가치 창출 경영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